식약처의 이번 조치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지난 5일 중국 제약회사인 ‘제지앙 화하이’사가 제조한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린 뒤 시행됐다. EMA는 중국산 원료가 들어간 제품들을 판매 중지·회수 조치했다. EMA는 최근 제지앙 화하이 측이 발사르탄 제조 방식을 바꿨고, 이 때문에 불순물이 섞인 것으로 보고 있다. EMA는 “현재 이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발사르탄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발사르탄서 유해물질 검출
식약처, 82개사 219개 제품 판매중지
2.8% 차지, 중국산 아닌 건 괜찮아
환자들 “매일 약·독을 함께 먹은 셈”
식약처의 발표 이후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해 온 600만 고혈압 환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만성질환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기에 발암물질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가 더 크다. 고혈압 환자 A씨는 “몇 년째 매일 고혈압 약을 먹어왔는데, 매일 약이랑 독을 함께 먹은 셈이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A씨는 판매 금지된 약 가운데 하나를 지난해 초까지 2년여 복용했다. 그는 “병을 고치려고 챙겨 먹은 약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고혈압 환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당장 약을 먹어야 하냐, 말아야 하냐” “다른 약은 안전한 거냐”는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오범조 서울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당장 치료제 복용을 중지하면 뇌졸중·심장마비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다른 약을 처방받을 때까지는 약을 제때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환자들은 자기가 먹는 약이 문제인지 아닌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의약품 사고 발생 시 해당 환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대처 방법을 안내하는 등 복약관리시스템을 정교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7일 오후 9시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에 판매금지 대상 약품을 입력하면 ‘처방 금지’ 경고 문구가 뜨도록 했다. 문제 약품이 유통되지 않도록 의사가 약을 처방하는 단계부터 원천 차단했다. 또 DUR 시스템을 통해 개인 투약 이력을 확인해 개별적으로 알려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문제 제품을 이미 처방받은 환자들이 새 약품으로 다시 처방받는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