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미국 시애틀 남쪽 랜턴의 워싱턴호 인근 하얏트 호텔 행사장에서 열린 ‘뉴 스페이스 2018’이라는 이름의 콘퍼런스에 200여 명의 ‘우주 벤처인’들이 모였다. 미국의 비영리법인 우주 프론티어재단에서 주최하는 이 행사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 관련 기업들이 후원한다. ‘뉴 스페이스’(New Space)라는 행사명에서 알 수 있듯 기존의 국가 주도의 우주산업이 아닌, 민간 주도의 새로운 우주 시대를 고민하는 기업인들의 모임이다. 콘퍼런스는 3일 동안 우주산업 투자와 국제협력·시장전망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발표와 토론으로 이어졌다.
우주서 경쟁하는 미 기업들
베조스·머스크, 우주 로켓 전쟁
버진갤럭틱은 우주왕복선 실험
1억짜리 초소형 위성 제작업체도
블루오리진은 시애틀 남쪽 소도시 켄트에 본사와 공장이 함께 있었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뉴세퍼드 로켓의 엔진인 ‘BE-3’와 승객 6명을 태울 캡슐이 나타났다. 캡슐은 고도 100㎞ 안팎의 상공에서 4분간 머무르다 낙하산을 타고 지구로 귀환한다. 캡슐 안에 들어서니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 아래 누운 자세로 탈 수 있는 의자 6개가 있었다. 몸무게의 3.5배까지 중력이 걸리는 것을 견디기 위한 방법이다. 의자 아래에는 X자 모양의 충격 흡수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캡슐 가운데는 원통 모양의 장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홍보담당자인 케이틀린 디트리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비상 탈출용 로켓엔진이 원통 안에 들어있다”고 말했다.
캡슐 맞은편에는 신형 로켓엔진인 BE-4가 은빛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블루오리진의 차세대 로켓 뉴글렌에 장착될 엔진이다. 2020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뉴글렌은 블루오리진 경쟁사인 스페이스X의 팔콘헤비를 넘어서는 대형로켓이다. 뉴글렌은 고도 100㎞까지만 올라가는 뉴세퍼드와 달리 13t의 화물을 3만5000㎞ 상공 정지궤도까지 쏘아올릴 수 있다.
우주여행은 물론, 위성 발사나 화물운송 서비스까지 염두에 둔 기능이다.
블루오리진 측은 기술 측면에서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스페이스X를 의식했다. 공장에서 만난 블루오리진의 한 엔지니어는“(화성탐사까지 나선다는) 스페이스X의 계획은 과장이 심하다”며 “우리는 스페이스X의 기술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사피안 발사·네트워크 총괄본부장은 “누구나 위성정보에 접근하게 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위성사진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많지만, 농업·도시계획 등 다양한 용도를 위한 이미지 분석까지 해주는 곳은 우리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플래닛랩스는 웹사이트(www.planet.com/trial) 방문객이 원하는 곳의 최신 위성 이미지를 최장 14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공개하고 있다.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장은 “최근에는 이런 소형 위성이 대거 발사되면서 작은 로켓으로 소형위성 발사만을 대행해주는 민간업체들도 생겨났다”며 “2020년이 되면 소형위성의 시장규모는 7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준궤도 우주비행
지구 상공 100㎞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을 말한다. 무중력을 경험하거나 둥근 지구의 모습을 감상하는 우주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300㎞ 이상의 저궤도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달리 탑승자가 혹독한 우주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고, 우주여행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 때문에 민간 우주여행 관련 기업들이 준궤도를 경험하는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시애틀·샌프란시스코=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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