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그가 건넨 명함은 특별했다. 자신의 이름부터 부각하기 나름인 명함에 대뜸 기자 이름 세 자를 흰 펜으로 적어넣었다. 명함을 받아들고보니 기존에 인쇄돼있던 문구와 합쳐져 ‘[노진호] 당신 하나면 충분합니다’란 문장이 쓰여있었다.
NGO '홀로하'의 임민택(48) 대표는 이렇듯 개개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리는 데 갖은 노력을 쏟는다. 2011년 홀로하를 설립한 그는 ‘문화를 통해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50여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때로는 무연고 노인을, 때로는 소아암 환자들을 돕고,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는 유소년 축구대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후원금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홀로하(holoha)는 희망(hope)을 사랑(love)으로 전해 사람들을 행복하게(happiness) 하자는 뜻. 임 대표는 “중학교 시절 책을 몰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어린 마음에 ‘아무리 성공해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결론에 다다랐다”며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돕는 일이 내게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모두가 소중한 존재, 그 당연한 걸 우리는 모르고 있다"
행복챌린지툴도 임 대표가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응원 메시지를 말하고 랩에 둘러싸인 사각틀을 얼굴로 뚫어 웃음을 전한다. 임 대표는 "행복챌린지 툴 이벤트 때 한 40대 남성이 와서 참여하고 싶어하길래 ‘당신은 언제 행복하나요’ 물었더니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더라"며 "나에게 '그러고 보니 아내와 아이의 행복은 알겠는데 제 행복은 몰랐던 것 같네요. 알게 해줘 고맙습니다'하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짧은 물음을 던진 것에 불과했지만 본인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계속된 실패에 극단적 선택도…불행엔 바닥이 없더라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인성이 바탕된 진로 교육을 통해 자살률을 1%라도 낮추는 게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지금은 수능이 어떻고 내신이 어떻고 이런 얘기만 주로 하는데 언젠가 뉴스에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교육 제도를 이렇게 바꿨습니다’란 얘기를 하는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 계속 힘을 낼 생각입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