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5일)을 앞둔 요 며칠 사이 미 언론들이 ‘강성’ 관련 보도를 일제히 쏟아내기 시작했다. 백악관, 정보기관에서 작정하고 흘리지 않는 한 나오기 힘든 내용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재압박’일까, 아니면 북·미 간 ‘재합의’가 이뤄졌다는 신호일까.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북한이 이번 폼페이오 방북 시 ‘강성’의 존재를 밝히고 HEU 보유 규모를 제대로 신고하느냐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하는, 달리 말하면 협상이 계속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란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이슈는 미국 내에서 급격하게 다른 변수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 지지부진 속 미국 내 관심 저하
최악 시나리오임에도 우리만 군축 준비
즉 미국은 당분간 “(북한 비핵화를)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요리가 안 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버티고, 북한은 미군 유해 송환 같은 ‘비핵화 곁가지’로 생색내고 협상의 동력만 유지하는 ‘우보(소걸음)’ 작전으로 버틸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비핵화 진공 상태’다. 우리로선 이도 저도 아닌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미 연합훈련, 국군 단독훈련 중단도 모자라 각종 첨단무기 개발사업, 북한군과 마주하는 최전방 90~100개 군부대 시설 공사 일정까지 속속 보류 중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최전방 지역의 군사시설에 변동이 생길 수 있는데, 그때 가서 철거하면 ‘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란다.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북한이 비핵화는커녕 핵 은폐, 심지어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정황까지 나오고, 미국은 무기력하게 딴 데 정신이 팔려 있는 상황인데 우리만 군축 준비를 한다니.
비핵화 없인 제재 해제도, 북·미 관계 수립도, 남북관계 정상화도, 군축 논의도 있을 수 없는 법이다. 방북 귀환길 폼페이오 손에 뭐가 들려 있을지도 궁금하지만 현실을 벗어난 우리만의 ‘무한 희망’의 끝은 어딘지 더 궁금하고 걱정되는 요즘이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