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노타이 차림의 문 대통령이 밝게 웃으며 회의실에 들어서자 참모진들은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다들 안녕하십니까”라고 말 문을 연 뒤 “몸살로 며칠 동안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오다가 대통령이 과로로 탈이 났다는 그런 말까지 듣게 되었으니 민망하기도 하다”고 말하자 참모진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날 문 대통령 목소리는 다소 쉬어 있었지만 얼굴에 붓기는 빠진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순방에서 귀국한 직후 8일 만이다. 청와대가 지난달 27일 감기몸살로 연차를 낸다고 발표한 뒤로 뇌졸중, 뇌출혈 등 문 대통령을 건강 상태를 둘러싼 중병설이 나돌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복귀 후 처음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를 먼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시작됐다”며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독일 등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일자리를 나누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책”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주당 노동시간이 1% 감소할 경우 노동생산성이 0.79% 상승한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구 결과도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높아진 노동생산성 속에서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더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 9시쯤 여민관 집무실로 출근해 윤종원 경제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 새로 임명된 수석들과 상견례를 했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잘 부탁드린다”며 “두 분 딱 전공에 맞게 오셨으니, 잘 하시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윤 수석을 염두에 둔 듯 “장악력이 강하시다고요. 앞으로 정부와 청와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잘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두 사람과 함께 승진 임명된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다른 회의에 참석하느라 이 자리엔 없었다.
◇문 대통령 인도ㆍ싱가포르 국빈방문=문 대통령은 오는 8~13일 5박6일 일정으로 인도와 싱가포르를 국빈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인도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하는 남아시아 국가며 싱가포르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라며 “우리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우리나라 외교 지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및 신남방정책 등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