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족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많은 문제와 갈등을 지니고 있다. 이 와중에 유입된 예멘 난민들은 관광객 연 1500만 명이 오가는 제주에서 곳간을 축내고 치안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으로 여겨졌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수용 반대 운동까지 번지고 있다.
예멘 난민은 강 건너 불 보듯 한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
낯선 자와 어울려 살아야 하는
세계 흐름 속에 우리 좌표 정해야
예멘 난민 문제는 두 가지 관점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는 1993년 유엔 난민 협약국으로 비준은 했어도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난민 문제에 대해 이제 대한민국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내적으로 우리의 정서·문화 그리고 낯선 자에 대한 관용과 이해와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여느 문제보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 나아가야 한다. 시민사회와 종교계 그리고 연예인 등 사회 명망가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싫건 좋건 난민 현상은 세계적 추세이며 우리도 여기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우리 형편에 맞는 일정 수준의 난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경제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고 인권 국가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다. 난민 수용 문제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남북한 평화체제 분위기를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긴 안목에서 사회적 대응과 정책적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먼저 난민을 한 곳에 길게 방치하는 일은 재고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정서법이다. 한국 사회는 민족주의적 정서가 매우 강하며 오랫동안 단일민족 담론에 길들어 있다. 이웃에게는 마냥 친절한 것 같으면서도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폐쇄적이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면 더욱 그렇다.
2002년 월드컵 주최국이 한·일 양국으로 결정되면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것은 친절·청결·질서였다. 이중 ‘친절’에 관해 대국민 여론조사가 있었는데 그 결과는 우리 국민의 솔직한 내심을 보여준다. ‘나는 친절한가’에 다수가 ‘그렇다’라고 답했지만 ‘한국 사람은 친절한가’에는 ‘그렇지 않다’가 다수였다. 결론은, 아는 사람에게는 친절하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패쇄적이라는 것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언어 통역 자원봉사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일어났던 기억이 있다. 세상에 다양한 언어가(인종이) 생기기 전, 바벨탑 이전처럼 모든 사람이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정신을 활용한 운동이었다. 월드컵 기간 우리는 친절 외에 청결·질서 면에서 자랑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할 수 있다’를 보여 주었다.
난민 문제는 한국 사회의 기본 가치에 관한 문제로서 낯선 자에 대한 관용·이해·수용의 문제로, 인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시험대이다. 학계·시민사회·종교계 등에서 활발한 연구와 토론으로 이번에 낯선 자와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세계 흐름 속에서 우리의 좌표를 슬기롭게 설정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난민 문제는 한편으론 위기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한국 사회의 성숙과 도약을 위한 기회이다.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리셋 코리아 개헌특별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