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별 판단
헌재 결정 의미와 제도화 어떻게
“대체복무 도입, 안보엔 지장 없다”
헌재, 병역기피 악용 여지 크지 않고
처벌해도 범죄예방 효과 적다 판단
현역의 1.5~2배 근무법안 국회 계류
눈에 띄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처벌이 필요하다(합헌)는 의견을 낸 안창호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고충을 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별도의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형 집행 종료 즈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사면하거나 각종 공직 임용과 취업 등의 불이익에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 등을 예로 들었다. 김창종·안창호·조용호 헌법재판관은 소수의견으로 ‘각하’를 주장하기도 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안·조 재판관은 “대체복무는 일체의 군 관련 복무를 배제하는 것이므로 국방의무 및 병역의무의 범주에 포섭될 수 없다”고 했다.
헌재 결정은 큰 파장을 예고한다.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병역거부 사건은 880건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대체복무제 도입 입법시한을 2019년 12월 31일로 정함으로써 법원도 관련 사건의 선고를 미루는 방식으로 병역거부 전과자 양산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기소 등 형사처벌도 주춤할 공산이 크다.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하면 안 된다는 취지는 담겨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도 14년 만에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이 모여 이를 다시 판단(187건 계류 중)한다.
다만 병역거부자의 형사처벌을 규정한 병역법 88조는 합헌 선언으로 그대로 유지되기에 이미 형이 확정돼 수감 중(99명)인 병역거부자들의 신병에는 변동이 없다. 입영 거부로 복역을 마치고 나온 병역 거부자들의 전과기록도 그대로 유지된다. 재심과 국가배상 소송 등도 가능성이 낮다.
숙제도 많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신청자들의 ‘양심’을 과연 어떻게 심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군역 회피’의 창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체복무제는 이를 테면 사회복지·재난구호시설 등에서 근무하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국방부에선 복무기간을 길게 하고(예 3년가량) 충분히 난도가 있는 곳에서 복무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는 3건의 병역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대체복무심사기구 소속을 국무총리실 또는 국방부로 하고 현역병의 1.5~2배 정도 근무케 하는 게 골자다.
현일훈·문현경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