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수확철’…나무마다 붉은 커피열매 ‘알알이’
들녘 곳곳에 생금(대나무)밭이 널린 담양에 4차산업형 ‘생금밭’이 생겼다. 담양 금성면 영산강변에 자리한 ‘담양 커피농장’이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거리에서 차로 5분가량 떨어진 이곳에 들어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1650㎡(500평)의 농장 안에 심어진 500여 주의 커피나무에 검붉은 커피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서다.
담양서 키운 ‘커피나무’, 탐방객 ‘탄성’
최대 '대나무촌'…커피 향기에 취하다
500평 안에…세계 3대륙 커피 13종 수천 그루 ‘넘실’
‘죽향’인 담양에 커피밭이 생긴 것은 6년 전이다. 농장주인 임영주(61) 대표가 2012년 현재의 농장터 165㎡(50평)에 커피나무를 심은 게 시작이다. 당시 임 대표는 농장 한쪽에 커피 씨앗을 뿌리고 서울의 아파트에서 키우던 커피나무도 옮겨왔다.
30여 년을 신문사 사진기자로 일했던 그는 케냐 취재 도중 접한 커피의 맛을 잊지 못했다. 귀국 즉시 아파트 베란다에 커피나무 씨앗을 뿌린 임 대표는 고향인 담양에서 커피농장을 열 꿈을 키워왔다. 틈틈이 향미전문가 자격증과 이탈리안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것도 담양에서 인생 2모작을 시작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임영주 대표, “고향에 커피농장”…번번이 실패
막상 문을 연 커피농장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아열대 작물의 특성과 담양의 토양·기후 여건을 두루 감안하지 않은채 재배를 시작해서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커피나무가 겨울철 추위에 취약한 점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첫 재배 1년 동안은 커피 묘목 중 3분의 1가량을 동해(凍害) 피해로 잃을 정도였다.
실패를 거듭한 임 대표는 25도 안팎의 쾌적한 환경과 일조량이 어우러져야만 커피나무가 잘 자란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커피나무가 막연히 높은 온도에서 잘 자랄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반그늘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현재 국내에는 전남 고흥(2.4㏊)과 제주(2㏊) 등에서 커피나무가 재배되고 있다.
‘시행착오’속 생두 10㎏ 수확…‘골드 캐슬’의 탄생
담양에서 첫 커피 열매가 맺힌 것은 2015년 6월. 임 대표는 3년을 공들여 가꾼 끝에 커피 생두 10㎏을 손에 쥐었다. 비닐하우스 시설비나 난방비·퇴비 등을 감안하면 턱없는 수확량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대로 된 커피를 직접 생산해내겠다”는 집념을 불태운 끝에 2년 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시설을 10배가량 확장한 후 생두 생산량이 50㎏까지 늘어난 것이다.
현재의 농장시설에서 안정적인 재배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두 번째 실험에 착수했다. 사향고양이 배설물을 걸러 만들어내는 커피인 ‘코피 루왁(Kopi Luwak)’에서 착안한 발효커피다. 잘 익은 커피 열매만을 골라 일정 기간을 특수 공법으로 발효시키는 게 비법이다. 그는 이 커피에 ‘골드 캐슬(Gold Castle)’이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커피농장이 있는 ‘금성면’의 지명에서 따온 명칭이다.
사계절 커피체험…직접 딴 원두·로스팅·시음까지
커피농장에서는 사계절 커피 체험을 할 수 있다. 커피 수확철인 6월에는 검붉은 커피 열매와 하얀 커피꽃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탐방객이 찾는다. 자신이 직접 딴 커피 열매를 볶은 후 분쇄해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경험은 이때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농장 안에 들어가 커피를 따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하얀 커피나무 꽃도 커피 산지가 지닌 매력 중 하나다.
수확철 외에도 커피농장에는 연중 체험객이 몰린다. 커피 로스팅과 분쇄·시음체험 외에도 세계 각국의 커피 맛을 두루 볼 수 있어서다. 농장에서는 코피 루왁과 케냐AA·에티오피아 등 커피를 상시 판매한다. 이중 담양에서 생산된 ‘골드 캐슬’은 최고 인기 품목 중 하나다. 다른 커피에 비해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상큼하면서도 깔끔한 맛과 깊은 풍미가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커피농장에서는 커피열매의 과육 껍질을 이용해 만든 카스카라 차나 커피잼도 판매한다. 농장에서 생산된 원두와 함께 커피나무 묘목을 직접 구입해 집에서 키울 수도 있다. 체험문의: 010-5214-2408. 061-381-8879.
임 대표는 “푸드 마일리지(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리)가 ‘제로(0)’인 커피를 직접 따서 로스팅해 마시는 커피는 맛과 향이 월등하다”며 “커피농장과 카페·체험장·박물관·커피식당·가공공장 등 커피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커피 타운’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담양=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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