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국 600여 개 정보통신(IT) 업체가 참여했지만, 주인공은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였다. ‘화웨이 행사’라는 세간의 말을 방증하듯 참가 업체 중 가장 큰 1100㎡(약 333평) 규모 전시관은 유독 방문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시관엔 로봇팔 외에도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둘러볼 수 있는 클라우드 가상현실(VR) 장비, 무인 셔틀버스 등 체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5G는 이전 이동통신 서비스보다 고용량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예컨대 차 100대가 2차선 도로를 달리다가 6차선 도로를 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4G 대비 20배 빠른 초고속, 10배 많은 연결, 시간 지연은 10배 줄어든다. 5G로 상용화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무인 자동차 상용화에 꼭 필요한 저지연 문제가 해결된다. 통신 지연은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VR 상용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현재는 VR용 대용량 고화질 영상을 전송하기 위해 부피가 크고 값이 비싼 장비가 있어야 한다.
이달 5G 주파수를 배당받은 국내 이동통신사는 5G 제공을 위한 장비가 필요하다. 늦어도 9월에는 장비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화웨이는 유력한 후보다. 업계에선 화웨이의 5G 장비 수준이 삼성전자를 앞섰다고 본다. 기술 수준은 3~6개월, 가격은 20~30% 싸다는 평가다.
2009년부터 5G 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화웨이는 기지국형, 가정형 비롯해 산간지역을 위한 전봇대형, 도심을 위한 스틱형 등 다양한 크기와 용도의 5G 장비와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피터 조우 화웨이 무선네트워크 최고 책임자는 “전 세계 11개 5G 연구개발(R&D)센터에서 3000명이 5G에 몰두하고 있다”며 “45개 글로벌 통신사와 업무협약(MOU) 체결 등 5G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5G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이미 4G LTE망을 구축할 때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권 부회장은 “(5G 장비에서) 삼성전자나 노키아보다 화웨이가 제일 앞서 있다”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장비 업체 4곳(화웨이 포함)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고민이 크다. 화웨이가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이동 통신 3사는 화웨이를 포함한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등 주요 장비업체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상황이다. 입찰 대상 장비를 대상으로 성능 테스트(BMT)를 진행해 최종 선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단말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의 관계, 보안 문제, 중국 장비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 등 선뜻 화웨이의 장비를 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성능이 더 좋고 값이 싸다면 기업 입장에서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황창규 KT 회장은 “화웨이의 5G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국가 간 경쟁 구도가 된 만큼 한국이 5G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