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보(126~137)=반상에 막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친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관전자들 집중도도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승부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뜻밖의 역전이 펼쳐질 때다. 지금 바둑이 그 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탕웨이싱 9단은 머리를 싸매고 고통스러운 수읽기에 몰입했다. 백이 136으로 밀 때, 알기 쉽게 ‘참고도’처럼 흑1로 단수치는 것은 흑이 수 부족이라 수상전이 안 된다. 거대한 흑 대마가 통째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흑은 반드시 더 강력한 수를 찾아내야 한다. 바둑판을 노려보던 탕웨이싱 9단이 137로 상대의 심장을 관통하는, 독기 어린 한 방을 날렸다. 그가 이토록 독하게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