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코리아 │ 2018 교도소 실태 보고서 ②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는 안양교도소(1963년 건축)다. 이전 및 신설 계획이 19년 전에 수립됐지만 주민 반발과 관할 안양시장의 공약에 부닥쳐 55년 전 모습 그대로다.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지난달 초 점검한 이 교도소의 상태는 심각했다. 수용 복도에서부터 악취가 났다. 재소자들 방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 때문이었다. 바닥 난방, 온수 시설도 없었다. 한 재소자는 “바닥에 덮인 얇은 장판 한 장, 복도에 있는 라디에이터 바람에 의지해 한겨울을 나야 한다”고 말했다. 공용 세탁실은 부서지고 갈라진 바닥·벽면 시멘트 틈새로 물기가 스며들어 축축했다.
교도소 절반 40~50년 된 노후 건물
지은 지 55년 지난 안양교도소
주민 반대로 이전도 개축도 못해
난방·온수 안 되고 재래식 화장실
“과밀 풀어야 제대로 된 교화 가능”
열악한 시설 때문에 불필요한 재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초 원주교도소 접견실에서 만난 김석원씨는 “누적 전과자들은 지역마다 어느 교도소·구치소가 좋고 나쁜지를 잘 알고 있다”며 “감형이 없을 걸 알면서도 더 좋은 시설로 가려고 일부러 항소·상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을 ‘철새’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1400여 명을 수용 중인 창원교도소엔 제대로 된 교육장이 없었다. 먼지 쌓인 창고에 5년 전쯤 마이크와 스피커·책상 등을 갖다 놓고 인성교육장으로 쓰고 있다. 부산구치소는 안양교도소처럼 주민들의 ‘님비(NIMBY)’에 부닥쳐 10년째 이사를 못 가고 있다. 그 사이 재소자가 늘었다. 부족한 공간을 가건물과 컨테이너 박스들로 때우고 있다. 식사 땐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커다란 반찬통을 가득 실은 리어카로 울퉁불퉁한 시멘트 길을 지나 각 사동까지 식사를 옮겨야 해서다.
교도소·구치소의 노후화는 과밀 수용 문제로 연결된다. 40년 이상 된 시설 11곳은 모두 정원 초과 상태다. 낡은 데다 좁기까지하다.
이러다 보니 교도소와 구치소는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의정부·창원교도소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가 형을 확정 선고받은 기결수보다 많다. 밀양·통영구치소는 기결수가 더 많아 교도소화됐다. 교도소는 유죄가 확정된 재소자들의 ‘재범 없는 출소’를 목표로 인성교육, 직업훈련 등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구치소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수용자들에게 필요한 법률 서비스 등을 적절히 보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신설 교도소와 구치소도 혼거를 전제로 건축되고 있다. 수용 규모는 2000명 이상으로 매머드급이다. 시설 정원을 500명 이하로 낮추라는 게 형집행법의 규정 사항이다. 기결수와 미결수도 높은 비율로 뒤섞여 있다. 최첨단이라고 평가받는 서울동부구치소는 재소자의 40%가 기결수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가장 기본적인 수용시설의 역할과 기능을 무시해 놓고 교정·교화 정책이 온전히 작동할 것으로 기대할 순 없다”며 “선진국 기준(형집행법)에 맞춘 시설 규모와 독거수용 원칙을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윤호진·윤정민·하준호 기자 yoong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