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7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당시와 비교할 수 없는 풍요로운 물질문명의 혜택을 누리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곤궁한 시대를 살아간다.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
비록 ‘월든’에 그려진 삶처럼 자연 속에 온전히 파묻힐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잠시 도시를 벗어나 여유로운 휴식을 통해 재충전하며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휴가를 뜻하는 말로 우리에게 친숙한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다’ ‘비우다’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리오(vacatio)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휴가철마다 바다를 찾는 이유도 막힘 없이 펼쳐진 수평선이 선사하는 자유로운 여백이 안겨주는 휴식 때문일 것이다. 인파로 붐비는 유명 해수욕장을 찾는 것도 좋지만 바다가 주는 여유로움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전국 해안선을 따라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어촌마을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많은 인원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를 조금만 벗어나 눈을 돌리면 소박한 어촌마을을 여유롭게 즐기며 어민의 정겨운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물고기 잡기, 갯벌 체험, 해산물을 이용한 먹거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마련해 다른 여행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험까지 얻을 수 있다.
어촌을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아끼는 어민과 함께 바다가 선사하는 풍요로움을 느끼고 환경의 소중함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도 뜻깊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어민의 삶의 터전으로만 인식되던 어촌이 도시인에게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수협중앙회에서는 ‘여름휴가 어촌에서 보내기’ 캠페인을 꾸준히 펼친다. 또한 도시 어린이 어촌체험 캠프 개최, 어촌사랑 자매결연 운동, 소그룹 교류활동 지원 등 다양한 도어 교류사업을 통해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아름다운 어촌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우리의 어촌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건강한 먹거리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있다. 올여름은 어촌으로 발길을 돌려 소소하지만 특별한 휴가를 보내는 건 어떨까. 드넓은 바다와 대자연이 전하는 선물 같은 시간을 통해 일상의 여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