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알고 싶어 전국에 지부를 둔 한국전쟁 관련 단체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들은 예상외의 대답. 전화를 받은 직원은 최씨에게 “그런 게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6.25 단체에 물어보니 "그런게 있었나요?"
교과서엔 여성의용군 언급 한 줄도 없어
시민들 "존재 몰랐다, 여성의 위대함 상기시켜줘"
이에 최씨는 한국전쟁 68주년을 맞아 서로 다른 대학교에 다니는 6명의 청년과 ‘여성의용군 알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쟁 중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여성들이 이렇게 잊혀져선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여성의용군 교육대 교장은 지난달 ‘6ㆍ25 전쟁영웅’으로 선정된 여군 최초 대령 고(故) 김현숙이다. 재작년 1만명 시대에 진입한 한국 여군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최씨 등이 찾아낸 기록에 따르면 여성의용군은 4주간 실탄사격ㆍ독도법ㆍ야간훈련을 마친 뒤 전장에 투입됐다. 1기 중도 탈락자는 단 9명. 3달 뒤 2기생으로 384명이 입소했다. 1명이 중도 탈락했고 383명이 추가로 전장에 투입됐다. 정훈과 간호, 유격, 행정 등이 주요 임무였다.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였다는 김성준(한국외대ㆍ23)씨는 “할아버지는 평생 참전용사의 자부심을 갖고 사셨다”며 “성별만 다르지 이분들도 똑같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데 기억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여성의용군 기억운동에 나선 이들 7명의 청년은 이달 초 한국 설화에 등장하는 ‘우투리(U-Turi·날개 달린 아기 장수)’란 이름의 팀을 조직했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우투리처럼 숨겨진 참전 용사를 알리고 싶어 지은 이름이다.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 텀블벅에 ‘여성의용군 기억의 시작’이란 프로젝트를 게시했다.
여성의용군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초등학교 역사 강연을 택했다. 지원금이 필요했다. 여성의용군 로고를 사용한 물병 등을 제작해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모금 기한까지 9일이 남았지만 벌써 목표 금액의 8배인 430만원이 모였다.
이 금액은 사단법인 ‘우리역사바로알기 시민연대’와 함께 진행하는 역사 교육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시민연대가 숙련된 역사 강사를 제공하고 청년들도 보조 강사로 수업에 참여한다. 25일 현재 8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강연을 타진 중이다.
송시내 시민연대 교육국장은 “학생들이 강의안을 들고 먼저 찾아왔다”며 “이렇게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을 보고 울컥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왜 유독 여성 군인만 더 기억해야 하느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김 씨는 “여성의용군을 기억한다고 남성 참전용사의 업적이 깎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