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JP답게 생전에 자신의 묘비에 들어갈 글귀도 미리 준비해뒀다. 평생의 반려였던 박영옥 여사가 숨을 거둔 2015년 3월에 121자를 썼다. 내용은 이렇다. 괄호 안은 한자어를 풀어쓴 것이다.
JP, 2015년 박영옥 여사 별세 뒤 준비
“내조 베푼 영원한 반려자와 눕다”
1961년 박정희와 함께 거행했던 5·16 쿠데타 이후 한평생 공직자와 정치인으로 살았던 그는 묘비 글귀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생활이 안정되는 게 최우선이라는 마음으로, 국민의 복지와 평안함을 구현하기 위해 한평생 진력했다”면서도 “나이 90에 생각하니 모두가 헛됐다”고 돌이켰다.
살아생전 금실이 좋기로 유명했던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를 향해서는 “온갖 질문에도 별다른 말 없이 미소 짓던, 영원한 반려자와 함께 누웠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박 여사는 박정희의 형 박상희의 딸이다. JP는 총리를 지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2015년 박 여사가 소천했을 때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만나 “마누라하고 같이 누워야겠다 싶어 국립묘지 선택은 안 했다”고 말했다. “먼저 저 사람이 가고 나는 언제 갈지…. 외로워서 일찍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라는 말과 함께였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