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2박 4일간의 러시아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순방 중이던 지난 23일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접한 뒤 빈소로 조화를 보낸 데 이어,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귀국한 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의 조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일단 러시아 순방 성과를 공유한 뒤 조문과 관련한 별도 일정을 잡을지 여부를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지난해 대선 직전인 5월 5일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난 뭘 봐도 문재인이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며 “문재인이가 얼마 전에 한참 으스대고 있을 때 한 소리가 있어. 당선되면 김정은이 만나러 간다고. 이런 놈을 뭐를 보고선 지지를 하느냔 말이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가 자기 할아버지라도 되나”라며 “빌어먹을 자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홍 전 대표에게는 “(홍 후보의)얼굴을 보면 티가 없는데, 됐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의 안보관을 문제 삼은 김 전 총리와의 접견 내용을 담은 영상을 대선 국면에서 홍보물로 사용했다.
다만 2015년 2월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 조문 온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돌이켜보면 한 일이 없다”면서 “정치인이 열매를 맺어놓으면 국민이 따먹는다. 정치인이 먹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내가 (정치는) 허업이라고 했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1월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자신을 “문제”라고 했던 김 전 총리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있다. 그는 “JP가 최고의 평가를 했다. 문제를 품지 않고 어떻게 답을 찾아가겠느냐”며 “그분은 정말 많은 문제를 가슴에 품고 고뇌하고 있는 제 모습을 정확하게 본 노련하고 노회한 은퇴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청와대는 JP가 별세한 지난 23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한국 현대 정치사에 남긴 고인의 손때와 족적은 쉬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고인의 존재감만큼이나 그의 빈자리는 더 커 보일 것이며 우리는 오래도록 아쉬워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