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XX""고인 물" 설전…文대통령, 악연 JP 조문할까

중앙일보

입력 2018.06.24 17:34

수정 2018.06.24 17:52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지 않았다.
 
이날 오전 2박 4일간의 러시아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순방 중이던 지난 23일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접한 뒤 빈소로 조화를 보낸 데 이어,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5년 2월 22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故 박영옥 씨의 빈소를 조문하고 김 전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당초 귀국 직후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23일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은 이낙연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동정에 대해서 총리가 함부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제 견해로는 오실 것으로 본다”며 “현대사의 오랜 주역이시고 총리이셨기 때문에 공적을 기려서 정부에서 소홀함이 없게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귀국한 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의 조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일단 러시아 순방 성과를 공유한 뒤 조문과 관련한 별도 일정을 잡을지 여부를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별세한 23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조화가 놓혀있다. 뉴스1

문 대통령과 김 전 총리는 여러 차례 독설에 가까운 설전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지난해 대선 직전인 5월 5일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난 뭘 봐도 문재인이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며 “문재인이가 얼마 전에 한참 으스대고 있을 때 한 소리가 있어. 당선되면 김정은이 만나러 간다고. 이런 놈을 뭐를 보고선 지지를 하느냔 말이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가 자기 할아버지라도 되나”라며 “빌어먹을 자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홍 전 대표에게는 “(홍 후보의)얼굴을 보면 티가 없는데, 됐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의 안보관을 문제 삼은 김 전 총리와의 접견 내용을 담은 영상을 대선 국면에서 홍보물로 사용했다.
 
김 전 총리는 2016년에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문재인은 이름 그대로 문제”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2015년 2월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 조문 온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돌이켜보면 한 일이 없다”면서 “정치인이 열매를 맺어놓으면 국민이 따먹는다. 정치인이 먹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내가 (정치는) 허업이라고 했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1월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자신을 “문제”라고 했던 김 전 총리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있다. 그는 “JP가 최고의 평가를 했다. 문제를 품지 않고 어떻게 답을 찾아가겠느냐”며 “그분은 정말 많은 문제를 가슴에 품고 고뇌하고 있는 제 모습을 정확하게 본 노련하고 노회한 은퇴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4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어 “언제 JP인데 지금도 JP입니까”라며 “이제는 정치와 초연한 어른으로 남으셔야지 현실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또 그를 찾아다니는 정치인들도 구시대적인 모습으로 비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치는 바로 흐르는 물과 같다. 고인 물은 흐르지 않고 썩는다”라며 “JP는 오래전의 고인 물이다. 옛 정치인들은 이제 원로 반열에 올라가고 후진한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JP가 별세한 지난 23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한국 현대 정치사에 남긴 고인의 손때와 족적은 쉬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고인의 존재감만큼이나 그의 빈자리는 더 커 보일 것이며 우리는 오래도록 아쉬워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