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중국 시장 자체가 글로벌 최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게다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애플을 빼고는 해외 업체의 스마트폰을 중국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중국 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중국에서만 스마트폰을 팔아도 글로벌 순위에 오를 수가 있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4대 업체가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76%가 넘는다. 화웨이·샤오미·오포 3개 업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각각 나란히 3, 4,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위력이다.
거기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해외 판매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이 인도·동남아지역인데, 이미 적잖은 성과도 거뒀다. 중국 업체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이유는 중국 시장이 포화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4억9100만대로 전년 대비 12.3% 감소했다. 올해 1분기는 감소폭이 더 크다.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813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1% 감소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게 해외 진출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몇 년 전부터 자국 시장의 포화를 예상하고 앞다퉈 해외 진출을 추진했고 지금은 해외 시장 판매 비중이 30~40%가 넘는다. 바로 이 같은 변화가 삼성전자에게 위협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인도 시장 1위 샤오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활약이 가장 눈부신 해외 시장은 바로 인도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스마트폰 시장 중 하나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1억2400만 대로 전년 대비 14% 성장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인도 시장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들의 인도 시장점유율은 2016년 34%에서 2017년 53%로 급증했다.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24.7%)·샤오미(20.9%)·비보(9.4%)·레노버(7.8%)·오포(7.5%) 순이었다. 삼성전자를 중국 스마트폰 업체 4개가 바짝 추격하고 있는 국면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샤오미는 26.8%의 시장점유율은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앞질렀고 올해 1분기에는 30.3%의 점유율로 삼성(25.1%)과의 격차를 벌렸다. 샤오미는 아이폰 조립 업체인 폭스콘과 공동투자해서 인도에 생산라인 3개를 건설할 예정이며 이렇게 되면 샤오미의 인도 생산라인은 6개로 늘어난다. 오포 역시 2016년 말 인도에 15억 위안(약 2600억원)을 투자해 공업단지를 조성했으며 지난해에도 생산능력을 확충했다. 화웨이와 비보도 인도에 생산라인을 이미 건설하는 등 중국 스마트폰 4대 업체가 모두 인도에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인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이 인도 시장에 들이는 공은 장난이 아니다. 비보는 인도의 국민배우인 아미르 칸을 홍보모델로 영입했다. 아미르 칸은 ‘세 얼간이’ ‘당갈’로 우리 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배우다. 광고 모델료는 약 1400만 위안(약 24억원)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광고모델료와 비교하면 큰 금액도 아니다. 또한 비보는 인도의 국민 스포츠인 ‘IPL(인도 크리켓 리그)’에 막대한 금액을 후원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오포 역시 인도 크리켓 국가 대표팀에 후원하는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인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광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동남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진격은 눈부시다. 지난해 1위인 삼성(29.1%)을 추격하는 2~4위가 모두 중국 업체다. 2위인 오포(17%), 3위인 비보(7.2%), 4위인 화웨이(5.4%)의 합계 점유율은 29.6%로 삼성전자를 뛰어넘었다. 오포와 화웨이는 2016년과 동일하게 각각 2위와 4위를 유지했다. 다크호스는 비보였다.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118% 급증하며 3위를 차지했다. 중국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떠오른 화웨이와 샤오미뿐 아니라 비보와 오포도 결코 만만한 경쟁상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샤오미까지 동남아 지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샤오미·화웨이 제품 품질도 뛰어나
김재현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
※ 필자는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zorba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