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친박 망령이 다시 되살아난 것 같다.”(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친박에게 뒤집어 씌운다.”(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박근혜 이름 팔아 정치한 사람이 많다. 스스로 판단해 자리 넘겨줘야 한다.”(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 내홍이 22일 다시 격하게 분출됐다. 전날 당 의원총회에서 친박계를 중심으로 김성태 대행의 사퇴 요구가 나왔지만, 김 대행은 “일부의 얘기로 저의 거취가 흔들릴 일은 없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김 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6ㆍ13 선거 패배 후 우리 국민이 마지막으로 우리 당에 준 기회인데 강도 높은 쇄신과 변화만이 정답”이라며 “혁신비상대책위의 출범과 쇄신 논의는 소홀히한 채 당내 갈등과 분파적인 행위를 하는 부분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주 초까지는 혁신비대위 준비위를 출범시키는 등 ‘인적 청산’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반발 세력에 대해선 ‘친박 망령’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목을 친다’ ‘친박 핵심 모인다’ 등의 표현은 지난 19일 바른정당 출신의 복당파이자 비박계 의원들의 조찬 모임에서 나왔다. 이 모임에 참석한 박성중 의원이 스마트폰에 받아 적은 메모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한국당은 거센 내홍에 휩싸였다. 김 대행은 “박 의원이 또 다른 계파 갈등에 불을 지핀 부분에 대해 잘못이 있기 때문에 당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원뿐 아니라 해당 발언자도 색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등 분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내 대표적 친박 출신 정종섭 의원은 ‘패거리 정치 청산’을 외쳤다. 정 의원은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보수 그라운드 제로’ 토론회에서 “10년 이상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 팔아 정치한 사람이 많다. 우리 당에 비박도 그렇고 다 박근혜 이름을 팔아 정치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저는) 친박ㆍ비박 다 적용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한 뒤 “패거리 정치에 책임있는 모든 사람이 물러나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정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 대구 동구갑 공천을 받아 당선돼 대표적 ‘진박’ 인사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25일 예정된 한국당 초ㆍ재선 의원 연석회의에서 친박계가 주축이 돼 김 대행 사퇴 촉구를 위한 연판장을 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당 초선모임 간사인 김성원 의원은 통화에서 “박 의원 메모 건은 당 윤리위에 맡기고, 이제는 혁신비대위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며 “연판장 얘기까지 나오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김 대행 사퇴에 동조하는 이들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 대행은 당 수석대변인에 재선의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갑)을 임명했다. 김 대행 체제에서 첫 인선이다. 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공천을 받아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옅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당 대변인으로 임명돼 책임감을 느낀다”며 “당의 개혁 방향이나 정부 여당의 정책 방향에 대해 당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