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이나 청소년들이 흔히 즐기는 편의점 도시락도 황 팀장의 손을 거쳐 3년 전 처음 출시됐다. 황 팀장은 "1인 가구가 늘고있다는 데 착안해 개발했다"며 "쌀은 삼광미 한 종만 사용하고 반찬도 직접 조리해 맛을 유지한 게 히트 비결"이라고 20일 말했다. 그는 도시락의 첫 출시를 앞두고 쌀의 도정 과정을 직접 살피고, 닭튀김도 여러 조각 대신 푸짐해 보인 게 커다란 한 조각만 넣고, 반찬의 색깔 구색까지 맞추는 등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또 당시 유행하던 방송에서 먹방 캐릭터를 선보인 걸그룹 출신 '혜리'를 모델로 내세운 것도 히트하는 데 일조했다. 최근 황 팀장이 만든 밥통령 시리즈(연어당, 새우자 등)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마약 아이템으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으며 편의점 간편식 시장을 대표하는 상품이 됐다. 황 팀장은 또 편의점 핫 아이템으로 부상한 디저트 시장에서도 다른 편의점과 달리 떡을 추가해 차별화하고 있다.
식품개발업계에서 현장 최고령 팀장으로 통하는 황 팀장이 잇따라 히트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꾸준한 정보탐색과 핫(hot)한 곳이라면 언제든 뛰어가는 발품, 젊은 직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 외에 비결이 없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출근 즉시 인터넷에서 핫플레이스를 찾고, 찾은 장소는 거리에 상관없이 어디든 방문하고, 나이를 떠나 만나는 사람마다 묻고 또 묻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맛에 매달려 사는 황 팀장이지만 그는 원래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본인 이름을 내건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수의사 출신이다. 황 팀장은 "1990년대 초만 해도 반려동물 시장이 지금처럼 번성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음식의 맛에 반해 식품 개발자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뒤 롯데마트를 거쳐 4년 전부터는 세븐일레븐에서 일하고 있다. 그간 푸드팀·즉석식품팀·신선팀 등을 거쳤다. 황 팀장은 "27년간 식품 관련 일을 했지만 지금도 맛은 참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맛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장(醬)에 기반을 둔 우리의 맛이 오래가더라"라며 "그래서 퓨전 스타일보다는 향토적인 전통적인 맛에 기반을 둔 상품을 주로 개발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 편의점은 침체를 겪고 있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달리 꾸준한 성장세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편의점업계 매출은 10조1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2조2000억 원대로 배 가량 늘었다. 점포 수도 2011년 2만1200여개에서 올해에는 3월 기준 4만192개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황 팀장은 편의점은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1인 가구가 늘수록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고령층의 거동이 불편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300m 이내 생활권에, 떨어지는 소화능력에 맞춘 미니 도시락, 기억력이 쇠퇴해 가열할 때 불이 필요 없는 냉동식품 같은 편의점 서비스가 계속 등장해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온라인몰이나 대형마트와의 경쟁에 맞서 품질의 질에 비해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가성비 높은 상품이 편의점을 통해 계속 서비스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올겨울에는 도시락과 함께 냉장 만두도 편의점에서 맛볼 수 있다고 했다. 황 팀장은 "올겨울 히트상품은 냉장 만두가 될 것 같다"며 "조만간 파전이나 빈대떡도 개발해 편의점에서 손쉽게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