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팝(북한 노래), 평양냉면 즐기러...북한 여행 희망하는 일본인 증가

중앙일보

입력 2018.06.20 15:10

수정 2018.06.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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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 소재 대학에 다니는 A씨는 지난 해 북한전문 여행사를 통해 3박 4일간 북한을 다녀왔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NK팝’이라고 불리는 북한 가요에 관심을 가진 게 계기였다. 북한에서의 경험에 대해 그는 “자유롭게 질문은 하지 못했지만, 현지 중고생들의 학교생활을 들을 수 있었다. 소박한 아이들이라고 느꼈고, 정치적인 부분을 배제하면 매력적인 관광 자원도 많았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한 소식이 연일 이어지면서 북한 여행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0일 보도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관심이 증가한 게 특징이다.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여행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여행사 담당자들은 “북한 관련 뉴스가 쏟아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진 것 같다”고 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후 '위험' 이미지 사라져..70%가 20~40대
北음악·음식·구형 탈것 등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도 신청

일본의 북한전문 여행사 JS투어 홈페이지 메인 화면. [사진 JS투어 홈페이지 캡처]

북한전문 여행사인 도쿄 ‘제이에스 엔터프라이즈(JS 투어)’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 이 회사를 통해 북한을 여행한 사람은 각 50명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5월까지 94명이 북한 여행을 신청해 일부가 다녀왔다.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후에는 단체 신청도 크게 늘어 6월 15일까지 신청자가 120명을 넘어 섰다. 
 
그 중 70%가 20~40대라고 여행사 측은 밝혔다. 
 
북한과 일본은 미수교 상태이기 때문에 일본의 북한전문 여행사들은 북한 국영 조선국제여행사 등 현지 업체들과 업무 협약을 맺고 비자 발급이나 관광 상품 판매를 한다. 여행사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등에서 미사일을 쏘지 않겠다고 발언함으로써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옅어졌다. 그 덕분에 원래 북한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여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 중에는 A씨처럼 일본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동화 등에 ‘NK팝’이라는 타이틀로 올라와 있는 북한 노래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 사이트에서 인기가 높은 ‘공격전이다’라는 제목의 북한 노래는 “백두산 번개처럼 공격”, “목표는 강성대국 희망봉이다” 등의 가사로 이뤄져 있다. 
 
또 평양냉면 등 북한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북한에서 여전히 사용되는 구형(舊型) 기차나 비행기를 타 보고 싶은 마니아들도 북한 방문을 신청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진위논란이 일었던 평양 스타벅스 인증샷. 외국인 관광객이 스타벅스 컵을 들고 가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leehc0415 인스타그램]

현재 북한과 수교 중인 나라는 162개국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북한 여행이 허용되지만 관광객들은 사전에 북 당국의 허가를 받은 장소만 방문할 수 있고, 체류 기간 내내 현지 가이드가 붙는 등 행동의 제약이 많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북한 여행 희망자가 증가하는 데 대해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여행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북한 여행의 장단점에 대해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