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의제를 발표했다. 지난달 말 확정된 공론화 범위(수시‧정시 비율, 수능 절대평가 전환,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여부) 등을 조합해 마련한 것이다. 의제 설정은 지난 16~17일 이틀 동안 학생·학부모·교원·대학관계자·대입 전문가 등 5개 그룹에서 7명씩 35명이 참여해 선정했다.
1안은 ‘정시확대’가 핵심이다. 각 대학이 모든 학과에서 정시전형을 45% 이상 선발하게 하고, 수능은 상대평가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내신 중·하위권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전형은 정시가 유일하기 때문에 정시전형이 급격히 축소되는 것을 막아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2안의 핵심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다. 4가지 시나리오 중 유일하게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학습자의 학업성취를 의미 있게 반영하는 대입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수시·정시 비율은 특정 전형에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는 선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2안으로 가게 되면 대부분 대학은 수시전형을 확대하거나 정시에서도 학생부 성적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4안은 ‘균형 선발’ 안이다. 정시와 수시 학생부교과전형학교·학생부종합전형을 비슷한 비율로 선발하는 안이다. 3개 전형의 비율을 사실상 30% 안팎으로 거의 비슷하게 맞추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수능은 정시전형이 대입선발의 기능을 하도록 상대평가를 유지한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미래세대 토론회'도 열린다.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시민참여단 숙의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미래세대 토론회는 21일 호남권·제주를 시작으로 충청권(26일), 수도권·강원(27일), 영남권(28일)에서 개최된다. 참여자는 학년과 학교 유형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70~80명씩 총 290명을 선발했다. 이외에도 국민대토론회·TV 토론회를 추진하고, 온라인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모두의 대입발언대’(www.edutalk.go.kr)도 운영한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시나리오 중 일부가 현행 대입제도와 큰 차이가 없어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학생부와 수능 비율을 최종 대학에 맡기고, 수능을 상대평가로 유지하자는 3·4안은 현재 대입제도와 거의 비슷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대입개편안을 추진하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1년 유예했다. 올해 다시 시작된 대입개편 논의는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개편특위→공론화위→400명 시민참여단으로 이어지는 ‘4중 하도급’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말이 좋아 공론화지, 결국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공론화위의 시나리오 선정이 세밀하지 못해, 공론화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4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비슷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 또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건 2안뿐이라 시민참여단 지지도가 2안으로 쏠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신고리 원전 공론화처럼 찬반을 결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4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이 25% 내외로 비슷하게 나올 때 어떻게 결정할지 고민해야 한다. 대입개편 최종안이 나온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