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게 아니라 오소리오는 여러모로 히딩크와 닮았다. 선수 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히딩크처럼 그 역시 부상 탓에 26세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감독으로선 맡는 팀마다 드라마 같은 결과를 이끌어낸 ‘히딩크 매직’처럼 그 역시 미국 뉴욕 레드불스 우승과 콜롬비아 아틀레티코 나시오날 3연속 우승을 이끌며 ‘오소리오 매직’을 보여줬다. “(강팀을 상대로) 패배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두 감독이 겪은 수난사도 비슷하다. 한국팀 감독 부임 후 프랑스와 체코에 잇따라 0-5로 참패해 경질론에 시달렸던 히딩크처럼 오소리오 역시 2016년 칠레에 0-7로 참패한 후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사임 여론을 견뎌야 했다.
히딩크는 2002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는 호언장담을 4강이라는 결과로 보여줬다. 이젠 오소리오 차례다. “결승이 목표”라는 오소리오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지만 월드컵에 진출한 팀은 세계 최고가 될 꿈을 꿀 권리가 있다”고 했다. 허풍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미디어데이에서 “올 초 휴가 기간에 네덜란드로 히딩크를 찾아 한국팀 전술과 훈련방식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며 최약체로 꼽히는 상대에 대해서조차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파악했는지를 드러냈다.
한국은 어떨까. 신태용 감독 발언만 보면 실망스럽다. 그는 첫 경기를 앞두고 “스웨덴에 올인하고 있고 멕시코는 스웨덴전 후에, 독일은 1, 2차전을 끝내고 분석할 생각으로 제쳐놓았다”고 했다. 막상 스웨덴전을 보니 상대는 물론 우리 팀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안 된 게 아닌가 싶다.
일찍이 손자는 ‘적을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고 했다. ‘적을 모른 채 나만 안다면 이길 확률이 반반,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면 반드시 패한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고도 했다. 멕시코와 우리가 각각 어떤 팀인지는 남은 두 경기가 말해 줄 것이다.
안혜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