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를 무기로 한 무역 전쟁은 대놓고 싸우는 일전이다. 전쟁에서 전면전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회 전략도 필요하다. 미국의 도발에 각국은 ‘스텔스 전술’로 응수하고 있다. ‘미국 국채 다이어트’다.
트럼프발 무역전쟁 확산되자
주요국들 미국 국채 보유 줄여
미 경기부양 차질, 이자도 부담
미 국채 다이어트 행렬에 동참한 국가도 많다. 미 국채 최대보유국인 중국(1조1819억 달러)은 같은 기간 미 국채 보유액을 58억 달러 줄였다. 4월말 현재 일본의 미 국채보유액은 1조312억 달러다. 3~4월 123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아일랜드의 미 국채보유액이 175억 달러나 감소했다.
주요국의 미 국채 축소는 미국 정부에는 위험 신호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나라다. 미국 정부의 자금난을 덜어줬던 것이 미 국채를 사들였던 주요국이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4월말 현재 미 국채 발행 총액(16조2307억 달러) 중 외국인이 보유한 국채는 6조1609억 달러에 이른다. 약 38% 가량이 외국인 손에 있는 셈이다.
미 국채 시장의 마르지 않는 샘이었던 중국과 일본 등이 등을 돌리면 미국 정부가 돈을 빌려올 데가 줄어든다.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역풍을 가장 크게 맞을 사람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재정적자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어서다.
큰 손이 사라진 시장에 미 국채의 충성 고객이었던 주요국까지 보유액을 줄이며 미국 국채를 내다 팔거나 추가로 사들이지 않으면 수요가 줄면서 시장 금리는 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들어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지난해 말 1% 후반대에 머물던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18일(현지시간) 2.5492%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국채금리는 4월 3%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시장 금리 상승은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순항 중인 미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무역 전쟁이 금융 시장의 충격으로 번져갈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부담도 늘어난다. 올들어 국채 금리가 치솟으며 미국 정부는 올해에만 3139억 달러를 이자 비용으로 썼다.
피터 부크바르 브릭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총투자책임자(CI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년 동안 이어질 미국 국채의 과잉 공급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고객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