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감축 목표를 둘러싼 논란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줄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고, 해외로부터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임기 말인 2013년 2월 화력발전소 14기가 포함된 제6차 전력수급계획을 확정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1억t 가까이 늘게 됐다.
2015년 12월 파리 기후협정을 앞두고 그해 6월 박근혜 정부는 2030년까지 BAU 대비 25.7%를 줄인다는 느슨한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전화를 받고 대번에 37%로 높였다. 37%는 이명박 정부의 2020년 배출량 목표보다 조금이라도 낮아야 한다며 두드려 맞춘 결과였다. 그러다 보니 해외 감축분 11.3%가 갑자기 추가됐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11.3%마저 국내에서 줄여야 한다는 폭탄을 다시 떠안았다. 탈원전까지 선언한 이 정부로서는 37% 목표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파리 기후협정에서 정한 ‘후퇴 금지의 원칙’ 때문에 감축 목표를 37%보다 낮출 수도 없다. 결국 산업·에너지·수송·건물 등 각 부문에서 짐을 고루 나눠야 한다. 산업계는 물론 시민의 동의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공개 논의는 자꾸 미뤄지고 있다. 지난 정부처럼 입맛에 맞는 의견만 골라 듣고 감축 목표를 결정한다면 자칫 어느 한 부문에 부담을 떠맡기는, 또 다른 ‘폭탄 돌리기’가 될 수도 있어 걱정이다.
강찬수 환경전문 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