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종 전북 군산소방서장은 18일 “불길이 소파 등 주변에 옮겨붙어 유독성 가스와 검은 연기가 많이 발생해 주점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군산시 장미동의 한 라이브카페(유흥주점)에서 일어난 방화 사건을 두고서다. 이 불로 장모(47)씨 등 3명이 숨지고, 3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남성 16명, 여성 17명이다. 주점 내부 283㎡도 모두 탔다.
스프링클러 없어 피해 커진 듯
경찰, 달아났던 50대 용의자 검거
이씨는 경찰에서 “외상값이 10만원인데 주점 여주인이 20만원을 요구해 화가 나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외상값을 두고 지난 16일과 17일 오후 2시쯤 두 차례 승강이를 벌였다. 경찰은 이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의 치료 상황을 지켜본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씨도 배와 등에 화상을 입어서다. 경찰에 따르면 부상자 중 2명은 온몸에 화상을 입거나 의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불이 난 주점은 지상 1층 단층형 건물이다. 내부에 무대가 있고 홀에는 수십 개의 테이블과 소파가 놓인 구조다. 소방 당국은 불길이 출입구를 막은 데다 소파에 불이 번지면서 유독 가스와 시커먼 연기가 순식간에 주점 안을 뒤덮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목격자들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대 옆 비상구를 향해 앞다퉈 내달렸다”고 말했다. 다행히 비상구가 잠기지 않고 문 앞에 적치물도 없어 사람들이 주점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하 주점이 아닌 것도 탈출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대피 과정에서 유독 가스와 연기를 들이마신 십수 명이 무대 주변에 쓰러졌다. 주점 안에 있는 소방설비는 소화기 3대와 비상 유도등이 전부였다.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주점이 지상 1층에 있고 면적도 작아 규정상 스프링클러를 달 의무는 없다”면서도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인명 피해는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15분 만에 주점 안에 있던 33명 모두를 구했다. 화재 진압은 신고를 받은 지 25분 만인 오후 10시 18분쯤 마쳤다. 시민 의식도 빛났다. 한 시내버스 기사는 환자 일부를 본인 버스에 태우고 군산의료원에 옮긴 뒤 사라졌다. 주변 시민들도 환자 이송에 힘을 보탰다.
당초 주점 손님 대부분이 군산시 옥도면 개야도 주민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산경찰서 관계자는 “사상자 33명 중 개야도에 주소지를 둔 사람은 2명뿐이고, 대부분 주소지가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