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추리극 ‘탐정:리턴즈’의 이언희(42) 감독 말이다. 3년 만에 2편으로 돌아온 아저씨 탐정 콤비는 할리우드산 공룡(‘쥬라기 월드:폴른 킹덤’)의 독주를 막아내며 주말 극장가 1위로 데뷔했다. 13일 개봉해 닷새 동안 관객 수가 100만 명. 코미디 영화론 지난해 780만 흥행작 ‘공조’와 같은 속도다. 전편 ‘탐정:더 비기닝’(감독 김정훈)부터 다져진 권상우‧성동일의 호흡에, 천재 해커 여치 역으로 합류한 이광수가 특유의 허당기로 웃음을 더한다.
'탐정:리턴즈' 이언희 감독 인터뷰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 돌파
"진심 멋있게 연출하려던 이광수,
촬영하면 할수록 웃음 더해줬죠"
군데군데 허점을 덮는 건 일상친화적인 생활밀착형 캐릭터. 여느 범죄물에서 봤을 법한 상황도 아내 미숙(이일화 분)에게 꽉 잡혀 사는 ‘딸 바보’ 태수, 아기 띠를 맨 채 종횡무진하는 초보 아빠 대만의 캐릭터 덕에 새삼 친근하게 와 닿는다.
“권상우‧성동일 배우는 평상시 밥 먹을 때도 대만 같고, 태수 같다”는 게 감독의 귀띔. 권상우도 “이번 영화에서 맘에 안 들었던 건 후덕해진 제 얼굴”이라 농담하며 “한국 나이로 마흔셋 먹은 한 가정의 아빠고, 남편인 제가 숨김없이, 재밌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언희 감독은 “시나리오 맥락상 체크해야 하는 대사를 빼면 80%가 애드리브였다”면서 “전날 술자리부터 사실상 리허설을 시작해 촬영 땐 테이크도 많이 안 갔다”고 돌이켰다.
“광수씨랑 첫 미팅에서 제가 여치는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랬거든요. 진심으로 멋있게 연출하려고 분장실장님께 ‘월드워Z’(2013) 브래드 피트 헤어스타일도 부탁했어요.” 그런데 현장 분위기가 즐겁다 보니 찍으면 찍을수록 어째 웃겨졌다는 얘기였다. 회상하던 이언희 감독의 표정이 그때로 돌아간 듯 웃음기가 번졌다.
‘미씽’ 이후 차기작이란 책임감도 있었다. 워킹맘(엄지원 분)의 아이 실종사건을 다룬 사회파 스릴러 ‘미씽’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며 여성 이슈를 재점화했다. 이언희 감독은 “이번 영화는 주인공의 입장에 집중해야 하다 보니 큰 변화를 만들긴 어려웠다. 각색하며 자괴감에 빠졌다”면서도 “손담비씨 역할을 남자에서 여자로 바꿨다”며 말을 이었다. “일부러 찾은 게 아니라, 보였어요. 이 역할이 여자가 아니란 게 저는 이상했거든요. 남자일 땐 아무 역할 없이 묻히는 캐릭터여서요. 영화적으로 좀 더 만족스럽게 풀어내지 못해 아쉬움은 남습니다.”
극 중 목적달성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하는 여성 캐릭터에 대해선 “‘미투’ 흐름에 악용되지 않을까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피해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이 캐릭터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주위 목소리를 들으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어요. ‘미씽’ 때 제가 그런 얘길 하면 아무도 상대를 안 해줬거든요. 적어도 인식하게 됐다는 거니까요.”
탐정 콤비가 전면에 나선 1편보다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이 입체적이어서 좋았다고 하자, 그가 반색했다. “‘탐정:더 비기닝’에서 개인적으론 주인공 가족들 얘기가 재밌었어요. 이일화 선배님은 원래 특별출연이었는데 2편에선 이름도 얻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시리즈의 일원이 되는 과정 자체가 재밌었죠. 관객들도 이 ‘집안’과 친해지는 기분으로 영화를 봐주시면 좋겠어요.”
영화 내내 눈에 띄던 고양이 실종 전단지는 3편 에피소드로 이어질까. 열여섯 살 된 고양이를 키운다는 이언희 감독이 슬쩍 눈을 반짝이며 응수했다. “크리픽쳐스와 3년 가까이 함께 준비하던 다른 시나리오도 있어요. 이번 흥행성적에 따라 차기작이 정해질 것 같아요. 어쩌면 또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될 수도 있겠지요. 이번 영화처럼요(웃음).”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