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26~27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에서 양국 간 항공회담이 열린다. 주요 의제는 운항 횟수 증대다. 현재 UAE와 우리나라 간 항공노선의 공급력(좌석) 비율은 '78대 22'로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티켓 30% 덤핑 … 2배 운항 요구
UAE 항공사들, 한국에 증편 공세
지금도 양국 65만명 중 53만명 독점
전문가 “국내 항공산업 붕괴 우려”
일각 “한때 갈등 UAE에 성의 표시를”
아랍에미레이트항공의 경우 2016년 기준으로 인천~두바이 노선 승객 31만여 명 중 75% 가까운 23만여 명이 유럽 또는 아프리카가 목적지인 환승객이었다. 에티하드항공도 69%에 달한다. 이렇게 UAE측 항공사가 태운 유럽행 환승객은 우리 항공사의 유럽노선 수송객의 13%나 된다. 같은 중동 지역인 카타르나 터키 항공사까지 합치면 비율은 35%까지 치솟는다.
최근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이 치열한 단거리 노선 대신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늘리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진일남 상무는 “우리가 유럽 노선을 늘리더라도 지금처럼 중동항공사가 저가공세로 유럽행 승객을 대거 가져가면 별 효과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사실 중동항공사로 인한 피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주의 콴타스항공은 당초 다양한 유럽 노선을 운항했으나 중동 항공사의 진출 이후 경쟁에 밀려 노선 대부분을 폐쇄했다. 지금은 호주 각지에서 유럽행 승객을 모아 중동 항공사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주로 한다.
최근에는 델타항공 등 미국의 주요 항공사도 중동 항공사들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중동항공사의 폐해를 지적한 15분 분량의 동영상까지 제작했다. 동영상에는 "중동항공사들이 보조금을 바탕으로 경쟁 항공사들을 물리치기 위해 적자도 개의치 않는 비정상적인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전문가 반응은 엇갈린다.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시간대가 다양하고 요금이 싸다면 그걸 선택하는 게 시장의 원리”라며 “우리 항공사도 경쟁력을 키워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김연명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은 “시장원리만 앞세우면 우리 항공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자칫 정치적 고려로 항공 시장을 개방했다가는 양질의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는 등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현종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관은 “많은 나라에서 중동 항공사와의 경쟁으로 큰 타격을 받은 게 사실”이라며 “승객 편의와 항공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항공회담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