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2001년 경기도 고양시 한양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오픈 2라운드에서다. 초청선수로 나온 닉 팔도는 10번홀(파 3)에서 약 5m의 버디 퍼트를 넣지 못했다. 50cm 정도의 파 퍼트도 홀을 지나갔다. 화가 난 팔도는 그 자리에서 고무래질하듯 공을 홀 쪽으로 당겼다. 그러나 그 공도 홀을 외면하자 퍼터로 움직이고 있는 볼을 건드려 홀에 넣었다.
팔도가 친 스트로크로만 보면 파 3홀에서 1온 4퍼트로 더블보기(5타)다. 여기에 규칙 위반을 했다. 움직이는 공을 쫓아가 친 미켈슨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룰 위반으로 실격 혹은 최소한 2벌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팔도는 1타를 더한 6을 적어냈다가 마커였던 앤서니 강이 2벌타라고 지적하자 7로 고쳤다. 규칙을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팔도는 실격되지는 않았으나, 3오버파로 컷탈락해 더 이상 경기는 못했다. 팔도는 당시 총상금 4억원의 절반이 넘는 2억원이 넘는 초청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팔도는 다른 홀에서는 퍼트가 안 들어가자 홀아웃 후 공을 숲으로 던지는 등 에티켓에 대한 지적도 받았다. 팔도는 “새벽 3시까지 퍼트 연습을 하느라 집중력을 잃어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닉 팔도는 마스터스와 디 오픈에서 3번씩 우승했고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필 미켈슨은 논란에 상관없이 4라운드 경기를 했다. 전날 10타를 적어낸 13번 홀에서는 벙커에 들어갔다가 파 세이브를 하자 두 번이나 만세를 부르며 좋아했다.
이외에도 메이저대회에서 움직이는 공을 친 선수가 있다. '풍운아' 존 댈리는 1999년 파인허스트에서 벌어진 US오픈에서 움직이는 공을 쳤다. 그는 "(골프코스를 어렵게 만든) USGA에 대한 항의로 일부러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 홀에서 13타를 쳤다. 1998년 커크 트리플렛은 올림픽 골프장에서 벌어진 US오픈에서 움직이는 공을 쳤다. 컷탈락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뉴욕=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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