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왕이 담판 베이징 2라운드… 대북 제재 완화 논의 예상

중앙일보

입력 2018.06.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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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외교 수장이 14일 오후 베이징에서 만나 유엔 대북 제재 해제를 둘러싼 이견을 조율할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이날 오후 6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갖고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거행된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무역분쟁·대만·남중국해 등 현안을 논의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북·미 회담에서 중국이 주장해 온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하는 쌍중단에 동의한 폼페이오 장관을 중국이 어떤 식으로 환대할지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왼쪽)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23일 워싱턴 미 국무부에서 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FP=연합]

폼페이오 장관의 환대 기준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회견 여부다. 시진핑 주석은 어제까지 상하이협력기구(SCO) 칭다오 정상회의 이후 산둥(山東) 지방을 시찰했다. 격상된 중앙외사 공작위원회의 판공실 주임인 양제츠(楊潔篪) 정치국 위원과 만남도 예상된다. 쌍중단 성사 모멘텀을 활용해 대만·남중국해 등 핵심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주목된다.

국무장관 취임 후 처음 중국을 방문하는 폼페이오 장관과 왕이 국무위원의 베이징 회담은 지난달 23일 워싱턴에 이은 두 번째다.


1라운드 담판에서 둘은 팽팽한 기 싸움을 펼쳤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유엔 대북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고 대북 압박을 유지한다는 우리의 확약을 토론했다”고 말했다. 왕 국무위원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앞으로도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이행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원칙론을 밝히는 데 그쳤다. 5월 초 다롄(大連) 2차 북·중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시진핑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에서 평행선을 달린 것과 비슷했다.

워싱턴-베이징 회담 22일 사이에 상황은 180도 급변했다. 북·미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안전담보’를 교환하는 ‘새로운 북미 관계’를 담은 공동성명에 합의하면서다.  
중국은 ‘새로운 북미 관계’가 자신을 겨냥하지 않도록 유엔 제재 완화 카드를 내밀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이틀간 정례 브리핑에서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각국은 직면한 외교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노력을 지지하고 호응해야 하며 함께 한반도 정치 해결 과정을 추동해야 한다”며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발 빠른 환구시보까지 14일 자 사설에서 “안보리 결의는 ‘북한이 결의를 준수 이행하면 마땅히제재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규정돼있다”며 “(제제 조정) 주장은 마땅히 의논할 수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왕이가 벌일 대북 제재 담판을 지원한 것이다. 사설은 “과거 안보리 압력이 제재 강화를 지향했다면 향후 압력은 대북 제재 감소로 바꿔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줄타기 외교’를 시작했다고 현지 연합조보가 보도했다. 미·중은 북한을 끌어당기기 위해 훈련 중단과 제재 완화라는 ‘당근 외교’에 나섰다.

자오환신(趙煥新) 차이나데일리 미주국장은 14일 칼럼에서 “후속 논의를 통해 각론이 부족하다고 비난받는 (북미) 공동성명이란 뼈대에 살을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왕이 회담은 뼈대에 붙일 중국과 미국의 살점 경쟁의 시작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