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 유리한 이벤트인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등이 연속 드라마로 이어지면서 여타 다른 정치·경제적 이슈들을 압도했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이런 상황을 “한반도에 새로운 대전환이 몰려온다. 쓰나미처럼 덮치고 있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선 백약이 무효”라고 표현했다.
보수 야당, 탄핵 뒤에도 갈팡질팡
대다수 국민 남북대화 지지하는데
홍준표 “위장 평화쇼” 역풍 불러
문재인 고공지지가 여당 승리 공신
강원택 서울대(정치학) 교수는 “민주당의 승리는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컸던 게 큰 이유”라며 “북·미 회담 이슈가 보수층이 민주당을 찍게끔 만들지는 못했지만 다른 이슈가 크게 부상하는 걸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중적 인기는 민주당 후보들이 ‘문재인 마케팅’에 기대 손쉽게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만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물러난 이후에도 ‘촛불 민심’이 계속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기획실장은 “기본적으로 촛불 집회에서 시작된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강했다”며 “대통령을 바꾼 다음 지방정부를 바꾸고, 국회의원까지 바꿔야 한다는 열망이 이번 지방선거에 그대로 투영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대변인을 맡은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내부 여론조사상으로는 남경필 후보와의 격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와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며 “여배우 스캔들이 경기도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태옥 전 한국당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발언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게 민주당 분석이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이번 선거는 여당이 승리했다기보다는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며 “그동안 한국당이 해온 주장을 국민이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대한민국 보수가 많이 바뀌라고 명령한 선거”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선거는 구도, 이슈, 인물, 조직의 네 박자가 다 맞아야 하는데, 네 박자 중에 한국당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었다는 게 증명된 것”이라며 “한국당은 완전히 리모델링을 안 하면 재기 불능 상태”라고 진단했다.
허진·김정연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