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문 위원장의 제안이 나오자마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재논의는 산업현장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문성현 위원장, 긴급 기자간담회
노동계, 산입범위 조정에 반대하자
노사정대표자 회의하자며 달래기
경총 “재논의는 혼란만 가중” 비판
하지만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면서 새 위원회 출범 작업을 착수조차 못 했다. 법은 있고, 기구는 없는 모양새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문 위원장은 제안문에서 두 노총을 달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그는 “개정된 최저임금법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노동계의 진정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근로장려세제(EITC) 개선과 실업부조제도 도입을 포함한 사회안전망 강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지원 ▶통상임금 산입범위의 확대 등 임금제도 개선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지급능력 제고 방안 등 구체적인 의제도 제시했다.
문 위원장은 “이러한 의제 외에도 최저임금 제도와 관련하여 노사가 합의하는 그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재논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경총은 입장문을 통해 “사회적 대화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는 노사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며 사실상 일축했다.
문 위원장이 제안한 의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통상임금에 대해선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리됐다”며 “(이후)겨우 안정돼 가고 있는데, 또다시 논의하는 것은 산업현장의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인위적인 대화 재개를 위해 일방(노동계)의 요구만 반영된 의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은 다른 참여주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총은 대신 “우리 경제의 구조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역제안을 했다.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위한 대화를 요구한 셈이다.
두 노총의 입장은 다소 엇갈린다. 한국노총은 이날 낸 소식지에서 현 정부에 대해 ‘문재인 노동정책, 당신의 월급봉투를 노린다’는 제목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과 정책 파트너”라며 “정부와 손을 잡을 수도, 그렇다고 안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머지않은 미래에 사회적 대화는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어느 시점에 정부가 화해 제스처를 내밀면 노동계가 마지못해 수용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대신 현장 투쟁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