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외고, 일반고 전환 신청
전문가들은 올 연말에 외고 입시 결과가 나오면 다른 외고에서도 ‘폐지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1990년대 이후 '입시 명문'으로 통하던 외고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죠.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독보적 위치를 점하던 외고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외고 폐지’가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달 18일입니다. 부산국제외고는 이날 학부모들에게 ‘일반고 전환’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냈습니다. 학교 측은 통신문에서 “2019학년도 신입생부터 단계적으로 일반계고로 전환해 운영하는 큰 방향을 설정하고, 학부모 총회를 열어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계획대로면 내년의 경우 1학년은 일반고생, 2·3학년은 외고생으로 '한 지붕 두 학교' 체제가 되는 것이죠.
학교 측은 학부모들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특목고 지정 해제 신청서'를 냈습니다. 사실상 ‘외고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이죠. 시교육청은 특목고 운영위원회를 열어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한 후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부에 최종 승인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교육부 승인이 완료되면 내년 신입생부터는 일반고 학생들로 전환되는 것이죠.
부산국제외고가 이 같은 결단을 내린 이유는 학생 수 감소로 학교 운영에 빨간 불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모집 경쟁률이 2014년 2대1에서 2015년(1.5), 2016년(1.1)으로 감소하더니 급기야 지난해엔 0.9대1로 미달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외고 경쟁률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죠. 일반고와 달리 외고는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원 미달은 재정악화로 직결됩니다.
지난해 서울서 외고 모집 첫 미달
외고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외고·자사고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데다, 사실상 외고 지정 및 해제 권한을 가진 교육감 다수가 ‘외고 폐지’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고·국제고·자사고의 모집 시기를 전기에서 후기로 전환했습니다. 즉, 외고와 일반고 모집을 함께 실시하기로 한 것이죠.
외고 불합격시 일반고 배정서 불이익
경기도처럼 평준화·비평준화 지역이 섞인 곳은 더욱 문제가 심각합니다. 경기도의 경우 평준화 지역에 살더라도 외고에 지원했다 탈락하면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로 입학하도록 정해놨기 때문이죠.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평준화 지역인 분당에 사는 학생이 성남외고에 지원했다 떨어지면 비평준화 지역인 양평이나 가평의 학교로 배정될 수 있다”며 “외고 합격에 100% 자신 있는 학생이 아니면 지원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전국외고교장협의회 김강배 회장(서울외고)은 “외고 폐지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아직 부산국제외고 한 곳뿐이지만, 올해 입시 결과를 보고 나면 많은 학교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압박이 심해지고 재정난이 더욱 커지면 지금과 같은 학교 운영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외고가 쇠퇴의 길에 들어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외고는 1980년대까지 위상을 떨치던 ‘8학군’ 시대가 저물며 그 자리를 대신했고, 새롭게 생겨난 자사고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들과 경쟁하며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다음 회에선 정식 고교 학력을 인정받지 않는 각종학교로 출발해 입시명문으로 자리 잡은 지난 30여년간 외고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