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자 중앙일보에는 희한한 일들이 수없이 발견된다. 같은 필동에 사는 김창성씨도 이미 다른 사람이 자기 대신 투표해 고발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대구 동구의 신천·신암동 18개 투표구에서는 유령투표 통지표 1만2119장이 발견됐다. 두 개 동 유권자의 무려 20%에 해당하는 숫자다. 주로 무단전출자와 미성년자들이었다. 전남 목포에서는 불과 한 달 전인 5월 3일 실시된 제6대 대통령선거 때보다 유권자가 70만 명 늘어났다.
4·19, 6월항쟁, 민주화 과정은
내 한 표 찾기 위한 투쟁의 역사
여론조사, 낮은 응답률 핑계 대나
선거는 투표한 사람 의사만 반영
투표 포기는 싫은 사람 밀어주기
투표 않으면 정책 불평도 말아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다. 불과 50년 전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3선 개헌을 하려 했다. 개헌선인 국회 3분의 2 의석이 필요했다. 온갖 무리한 수단을 다 동원했다. 그러고도 공화당은 50%, 신민당은 33%를 얻었다. 하지만 소선거구제라 의석은 129대 45로 개헌선을 훌쩍 넘겼다.
그런데도 그 한 표를 절실하게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하다. 내 한 표가 없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는 생각이다. 후보들이 고만고만하다. 마음에 꼭 드는 사람도 없다. 누가 당선되나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냉담하다. 이런 생각이 투표를 접게 한다.
다행히 지방선거 투표율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부활한 첫해인 1995년 68.4%를 예외로 하면 51.6%(2006)→54.5%(2010)→56.8%(2014)로 개선되고 있다. 더구나 8, 9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는 무려 20.14%나 됐다. 4년 전인 2014년 6·4 지방선거 때의 11.49%보다 거의 갑절이다. 최종 투표율이 그렇게 뛰어오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4년 전보다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에 대한 불만이 부쩍 늘어났다. 특히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변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가 거의 없는데 어떻게 80% 가까운 지지율이 나오느냐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도 내세운다. 낮은 응답률, 지난 대선 문 대통령 지지율과 응답자 가운데 문 대통령 투표자의 확연한 차이….
그 주장이 영 엉뚱한 소리 같지는 않다. 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노령층의 투표율은 젊은 층보다 높다. 그렇지만 정말 선거라면 어떨까. 선거는 결과가 말한다. 여론조사라면 응답하지 않는다고 달라질 게 없다. 하지만 투표하지 않은 권리는 사라진다. ‘숨은 표’는 인정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여론조사에서 내가 원하는, 혹은 싫어하는 후보가 압도한다고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 숫자는 허수일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역대 선거에서는 한 표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슬아슬한 박빙 대결이 대부분이다. 개표 과정에서 시소를 벌이는 대결도 흔히 볼 수 있다.
2000년 16대 총선 때 경기도 광주에서 두 표 차이로 떨어진 문학진 후보의 별명은 ‘문두표’가 됐다. 2008년 강원도 고성군수 보궐선거에서는 두 무소속 후보가 같은 표를 얻었다. 재검표 결과 1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마음에 꽉 차는 후보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가장 싫어하는 후보를 밀어주는 꼴이다.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그것도 하기 싫다면 세금·일자리·교육을 놓고 입을 대지도 말아야 한다.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