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 증식장에 있는 반달가슴곰 어미 2마리(RF-04, CF-38)가 올해 2월에 각각 출산한 새끼 2마리의 유전자를 최근 분석한 결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개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RF-04와 CF-38는 각각 러시아(Russia)와 중국(China)에서 온 암컷(Female) 개체를 뜻한다.
2월 2마리 출생 … 최근 유전자 확인
1마리 폐사, 생존 1마리 가을쯤 방사
유전적 다양성 넓힐 수 있게될 듯
“먹이 교체, 다이어트 … 갖가지 노력”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진은 지난해 7월 증식장에 있는 암컷 네 마리(RF-04, CF-38, CF-37, RF-109)를 대상으로 인공수정을 시행했으며, 그 결과 올해 2월 어미 곰 2마리가 각각 새끼 1마리씩을 출산했다. 반달가슴곰에 최적화된 인공증식 기술을 개발한 지 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다만 CF-38이 출산한 새끼 1마리는 지난달 초 어미가 키우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폐사했다.
인공수정을 통해 반달가슴곰의 새끼가 태어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반달가슴곰을 대상으로 인공수정을 시도한 사례가 없었을 뿐 아니라,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암컷의 발정 시기를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정동혁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의료센터장은 “반달가슴곰은 수정 이후에 수정란이 바로 자궁에 착상하는 것이 아니라 생리적, 환경적 조건이 충족됐을 때 자궁에 착상하는 ‘지연 착상’이라는 독특한 번식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종들에 비해 인공수정이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곰은 겨울잠을 자면서 새끼를 낳기 때문에 출산과 양육을 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했을 경우, 사산 또는 유산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세계적인 희귀종인 판다의 경우 중국 등 전 세계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성공률이 25% 미만에 불과하다. 지난 2006년에 최초로 판다 인공수정에 성공했다. 미국 신시내티동물원과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에서도 각각 북극곰과 말레이곰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새끼를 출산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번에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새끼 1마리는 8~9월에 증식장 인근의 자연적응훈련장으로 옮겨져 야생 적응 훈련을 받은 뒤 올해 가을에 방사될 예정이다. 송동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장은 “이번 인공수정 성공을 계기로 반달가슴곰 복원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더욱 넓히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