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훈련캠프인 오스트리아 레오강. 훈련장인 스테인베르그 슈타디온에는 연일 차두리(38) 코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차 코치는 ‘군기반장’이자 분위기 메이커다.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함께 그라운드를 뛰기도 한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민머리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훈련 전에는 솔선수범해 스태프와 함께 골대를 옮긴다.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보스’는 뒤에 가만히 앉아 지시하고, ‘리더’는 맨 앞에서 함께 이끌어간다는 내용을 담은 그림이 담긴 적이 있다.
차 코치는 그라운드 밖에선 선수들에게 ‘동네형’처럼 다가간다. 어깨동무를 한채 수다를 떨고, 헤드락을 걸며 장난을 친다.
군기반장 겸 분위기 메이커
기성용·손흥민의 멘토 역할도
폭 넓은 네트워크로 큰 보탬
로봇을 연상시키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선보여 ‘차미네이터(차두리+터미네이터)’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차 코치는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대표팀 23명의 선수 중 2014년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는 기성용(29·스완지시티) 등 8명 뿐이다. 기성용은 2009년 스코틀랜드 셀틱 시절 차두리와 한솥밥을 먹었다. 기성용은 홀로 지낼 땐 한달 내내 간장으로 비빈 달걀밥만 먹었지만, 차두리가 뒤늦게 입단한 뒤 매일 함께 쌀밥을 먹으며 힘을 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과감한 플레이와 몸싸움에 대해 차두리 선배의 조언도 받았다.
손흥민(26·토트넘)은 2008년 독일 함부르크 입단 테스트를 받을 때 차두리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함부르크 유소년팀 코치가 차두리의 친구였는데, 독일어가 서툰 손흥민을 대신해 차두리가 통역을 자처했다. 손흥민은 어릴적부터 차두리를 “삼촌”이라 부르며 따랐다. 부친 차범근은 수퍼스타였지만, 차두리는 선수 시절 벤치를 지키는가 하면 2부리그 강등의 아픔을 겪어 후배들의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차 코치는 선수들과 신태용 감독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한다.
차 코치는 요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조별리그 1차전 상대 스웨덴의 전력 분석을 맡은 그는 예테보리와 스톡홀름을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독일어가 유창하다. 유럽 내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도 대표팀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훈련장을 찾은 독일 스카이스포츠 토르벤 호프만 기자는 독일프로축구 프랑크푸르트에서 함께 뛰었던 차두리와 대화를 나눴다.
차 코치는 “2010년엔 이운재 형, 안정환 형, 김남일 형이 경기에 나서지 않았지만 팀에 안정감을 줬다. 경험있는 선수들이 이승우(20·베로나)처럼 어린 친구들을 이끌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레오강(오스트리아)=박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