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한 여성후보에 "정치하면 애는 누가 키우고?"
"(김 후보 결혼은 했고?) 네, 아이가 둘입니다"
"(정치하면 애는 누가 키우고?) 저는 복이 많아 시부모님이 키워주십니다"
김 후보는 이런 질문에 대비해 시부모님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다는 모범답안도 만들어놨다. 하지만 엄마의 역할을 강조하는 짖궂은 유권자를 만날 때면 김 후보의 마음에는 작게나마 상처가 남는다.
김 후보는 유권자들이 여성 후보는 '가족을 등한시하는 엄마'로 남성 후보는 '열정있고 패기넘치는 청년'으로 바라보는 게 속상하다고 한다. 그는 "그런 말씀을 하시는 시민들이 비슷한 또래의 남성 후보에겐 '정치는 젊었을 때 하는 거야'라고 격려를 해주시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김 후보는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 괜찮다"며 "여성이자 엄마로, 또 아내이자 며느리로서의 경험이 생활 정치에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방선거 소수자 후보가 전하는 '차별의 경험담'
이들은 "실제 혐오 발언을 듣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도 "결혼과 육아부터 외모 평가까지 여성 후보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깐깐한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연락처를 집요하게 묻는 시민부터 "화장은 꼭 하고 다녀라", "인중에 난 털이 거슬린다"는 막말까지도 2주간 유세를 벌인 이들에겐 어느덧 익숙한 대화에 속했다.
서울 금천구 구의원에 출마한 곽승희(31·무소속) 후보는 유권자에게 명함을 돌릴 때마다 '얼평(얼굴 평가)'를 받는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곽 후보는 "'얼굴이 예쁘다, 애인은 있느냐'로 시작해서 개인 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유권자가 있다"며 "감사하게 생각하면서도 여성 후보들의 경력이나 능력보다 외모가 주목을 받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라고 했다.
곽 후보는 "유세 초기에 그런 말을 들으면 예쁘고 젊은만큼 제대로 된 청년 정치를 해보겠다고 답했지만, 지칠 때면 그냥 감사하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분은 화장을 꼭 하고 다니라던지, 인중에 털이 거슬린다는 황당한 말을 하시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며 "이럴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구의원으로 출마한 이경환(32·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오른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이 후보는 "유세 중에 차별적인 발언을 들은 경우는 아직 없다. 오히려 격려를 더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같은 소수자라 할지라도 한국 사회에서 아직 장애인에 대해선 시혜적 시선이, 여성에 대해선 모멸적 시선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시민분들께서는 자연스럽게 하시는 말씀일지라도 후보들의 마음엔 상처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