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없는 산골마을에 염전이? 괴산 ‘소금랜드’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2018.06.0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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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소금랜드 염전체험장에서 어린이들이 소금 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충북에는 소금랜드와 함께 내륙염전이라 불리는 폐소금물 처리 시설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충북의 산골마을에 소금을 만드는 염전(鹽田)이 있다. 7일 괴산군에 따르면 문광면 양곡리 문광저수지 일원에 건립한 소금랜드가 유치원·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설은 지상 2층 규모로 소금과 김장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소금문화관과 바닷물염전체험, 절임배춧물 염전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염전에 물을 대는 집수시설과 소금창고도 갖췄다. 2만7718㎡ 부지에 69억원을 들여 2016년 완공했다.
 
최근 방문한 소금랜드에서 유치원생 40여 명이 염전 체험을 했다. 야외에 마련된 990㎡ 크기 염전에서 나무 밀대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영미~ 영미. 더 빨리 밀어 영미”라는 소리를 지르며 소금을 모았다. 송영구(76) 소금랜드 체험지도담당은 “저염도의 바닷물을 증발시켜 27~30도의 소금꽃으로 만드는 염전을 재현한 곳”이라며 “‘대파’라고 하는 밀대를 이용해 소금을 모으고 바구니에 소금을 담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내에서는 화로에 담긴 염도 25%인 소금물을 2~3분 정도 끓여 소금 결정체를 만드는 체험을 했다.

전국 첫 절임배추 상품화한 괴산
폐 소금물 처리 위해 염전 만들어
수확 모습 재현, 평소 체험장 활용

김장 끝나는 연말엔 폐 소금물로
연 80~100t 소금 생산해 농가 제공

소금랜드 앞마당에는 한반도 모형을 한 수생식물원과 야생화·소나무 공원 등 가족 휴양 공간이 있다. 광개토태왕비를 똑같이 복원한 비석도 있다.
 
괴산군이 소금랜드를 건립하게 된 계기는 절임배추 영향이 컸다. 괴산군 배추 농가들은 1996년 절임배추를 가장 먼저 상품화하고 전국에 유통했다. 98년 절임배추 생산자협의회를 구성한 데 이어 2012년 절임배추를 전문으로 납품하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매년 600여 농가에서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절임배추 생산 과정에서 생긴 폐 소금물 처리는 골칫거리였다. 하천에 흘러 들어간 소금물이 환경오염을 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때 생각해낸 게 폐 소금물을 한데 모아 소금을 재생산해 제설·제초 작업에 쓰는 것이었다. 괴산군 농업기술센터는 2012년 이른바 ‘내륙 염전(1850㎡)’을 만들어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농가에서 폐 소금물을 수거해 연간 80~100t 정도의 소금을 생산해 농가와 학교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이병애 괴산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팀장은 “재생 소금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제설 비용을 절약하는 등 효과적인 대안이 됐다”며 “우연히 만든 내륙염전이 소금랜드 건립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소금랜드는 염전을 볼 수 없는 내륙의 학생들과 문광저수지를 방문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찾는다. 매월 1000여 명이 방문한다. 하지만 실제 바닷물을 활용해 염전을 운영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폐 소금물 염전체험도 김장이 끝나는 연말에나 가능하다. 염전 바닥에 소금을 뿌려놓고 수확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수준이다. 괴산군 관계자는 “소금랜드 염전은 바닷물을 넣은 뒤 증발과정을 거쳐 일주일이 지나야 소금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며 “해안에 있는 염전처럼 운영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