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전지역 시민단체가 현안마다 목소리를 높인 것은 아니다. 때론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부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관이 있는 문제에서 유독 그랬다. 2014년 7월 취임한 권선택 전 대전시장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권 전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임기 3년 반 만에 중도하차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 과정에서 변변한 성명조차 한번 내지 않았다.
모든 시민단체는 정의와 공정을 이념적 대의로 삼는다. 그러려면 불의와 반칙을 비판하는 데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적지 않다. 급기야 대전지역 시민단체를 17년째 후원해오던 문성식(57)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법무법인 C&I 대표변호사)이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더는 시민단체를 후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민단체가 시민을 대변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단체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전시장 후보가 장애인 등급(6급 1호) 판정을 받고 발가락이 잘려나가 병역면제를 받은 경위가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데도 대전지역 70개 시민단체 가운데 왜 단 한 사람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새 정부 들어 ‘시민단체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시민보다 단체나 정권의 이해를 더 중시한다는 오해(?)도 강해지고 있다. 스스로 이를 자초하고 있지 않은지 시민단체가 뒤돌아볼 때다.
김방현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