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대통령의 셀프 사면권까지 언급하며 특검에 대한 공세에 나선 건 뮬러 특검이 11월 6일 미 의회 중간선거의 유일한 걸림돌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 각종 지표상 트럼프 대통령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여건이다. 고도 성장기이던 1969년과 같은 최저 실업률(3.8%), 3%대 경제성장률 전망, 여론조사 지지율도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년 차를 추월할 정도로 50%에 육박하고 있다. 오직 뮬러 특검만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둘러싼 사법방해 혐의로 강제 소환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어 눈엣가시다.
국내서 궁지, 외교로 돌파구
러 스캔들, 중간선거 걸림돌 되자
‘셀프 사면권’ 거론하며 뮬러 공격
북·미 회담 적극 나서는 배경 작용
“회담 성공 위해 미국 이익 팔 수도”
미 의회, 비핵화 합의 검증 별러
패트릭 크로닌 미국 신안보센터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은 중앙일보에 “트럼프 대통령은 ‘완벽함은 선함의 적’임을 깨달았다”면서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비핵화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장기적인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는 것이 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크로닌 국장은 대신 “트럼프는 이번 정상회담을 김 위원장이 향후 2년간 핵·미사일을 해체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서 어느 정도나 선제적 조치를 합의할 의향이 있는지 시험대로 활용할 것”이라며 “상당한 조치들이 1, 2년 내에 이뤄지지 못하면 정상회담의 광범위한 합의도 과거 시도들처럼 결국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 도전 스케줄에 맞춰 2년여 비핵화 완료의 시간을 주면서도 핵탄두 및 ICBM 폐기 같은 선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핵 이슈를 뮬러 특검 논란을 가리는 데 활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여름 휴가지인 뉴욕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갑자기 “북한은 지금껏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란 발언을 했다. 7월 28일 북한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있은 지 열흘이 더 지난 뒤였다. 나중에야 뮬러 특검이 같은 7월에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본부장을 압수수색하고, 외교정책자문이던 조지 파파도풀러스를 체포해 트럼프 대선캠프 핵심으로 치고들어왔던 상황이었던 게 확인됐다. 두 사람은 같은 해 10월 뮬러 특검의 기소 1호가 됐다. 코리샤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부소장은 애틀랜틱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도박판에서 실패할 리스크가 클수록 잃은 걸 만회하기 위해 판돈을 두 배로 키우는 성향”이라며 “김정은과의 회담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으로 만들어야 하므로 성공을 주장하기 위한 어떤 합의라도 얻기 위해 미국의 이익을 팔아넘기려 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미 의회에서 북핵 합의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해 트럼프 대통령이 손쉽게 승리를 주장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상원 지도부는 이날 “핵은 물론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도 폐기해야 한다”며 “검증 전엔 제재 해제는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존 코닌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도 “우선은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를 응원하지만, 의회도 다른 무엇보다 제재 해제에 대해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