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에서 취재진과 만난 유빈은 “매일 회사로 출근하며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많은 곡을 싣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좀 더 임팩트 있게 솔로 가수로서 시작을 알리고 싶어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고 밝혔다. 2015년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2로 래퍼로서 걸크러시한 모습을 이미 선보였기에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지만 제 안에 여성스럽고 성숙한 모습도 있기에 다른 면을 끌어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김완선·민해경·강애리자 등 그 때 그 시절 활동했던 선배들의 모습을 참고해 원더걸스 때와는 또 다른 복고를 완성했다.
K팝 북돋는 아이돌 출신 뮤지션
30대 길목 유빈 80년대풍 새 앨범
선미·예은 등도 성공적 홀로서기
투애니원 씨엘은 할리우드 데뷔
씨스타 효린, 유럽 EDM사 손잡아
잦은 멤버 교체에도 팀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리더 선예(29)는 결혼을 선택했고, 원년 멤버 현아(26)와 소희(26)는 각각 섹시 가수와 배우로서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선미(26)는 학업을 위해 활동을 중단했다가 5년 만에 팀으로 다시 돌아왔고, 2010년부터 합류한 혜림(26)은 최근 번역가로 데뷔했다. 칠레 페미니즘 시인 마조리 아고신이 안네 프랑크를 소재로 쓴 에세이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선하다고 믿는다』(홍익출판사) 역자로 이름을 올린 것. 어떻게 이들이 한팀에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는 지난해 줄줄이 해체하며 솔로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2세대 걸그룹 앞에 공통적으로 놓인 숙제이기도 하다. S.E.S.나 핑클 등 1세대 걸그룹만 해도 뮤지션보다는 아이돌의 이미지가 강해 드라마나 뮤지컬 배우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세대들은 간혹 연기를 겸업하긴 해도 가수라는 정체성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핑클에서 옥주현이나 이효리 정도가 꾸준히 신곡을 발표했다면, 태티서 등 보컬 유닛을 진작부터 선보인 소녀시대는 태연·티파니·서현이 각각 솔로 앨범을 발매한 것은 물론 멤버 전원이 SM스테이션을 통해 솔로곡을 공개했다. 음반에서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바뀐 시장이 되려 가수로서 생명력을 연장해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달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200’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또 미국에 발매된 외국어 앨범으로는 12년 만에 1위를 차지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다른 K팝 가수들의 미국 진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70년대 듀오 핑크레이디를 비롯해 90년대 마츠다 세이코·우타다 히카루 등이 잇따라 미국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덕분에 여성 아티스트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원더걸스가 미국에 진출했을 당시만 해도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의 오프닝 밴드로 서는 등 일본식 현지화 전략을 꾀했지만 성공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북미권 음악과는 다른 색다름을 선사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해외 팬덤 역시 한국 내에서 활동과 인기 등 최신 동향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중하는 전략으로는 공략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