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육군으로 복무 중인 지난해 K-9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었다.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씨는 치료비를 댈 엄두가 나지 않아 제대를 6개월 미뤘다는 소식이 전해진 무렵이었다. 여러 순배로 취기가 오른 그들은 비분강개를 쏟아냈다. 누군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이씨를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부끄러운 나라가 된다”라고. 그래서 나온 결론이 “정부가 가만있겠다면, 우리라도 돕자”였다고 한다. 또 자신들의 활동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부안대)’로 부르기로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모임
기업인·의사·연예인 등 30여명
“군·경·소방관 등에 실질적 지원”
그에 이어 많은 사람이 기부하거나 기부 의사를 밝혔다. 장혜진·하하·루나 등 가수와 MBC프로야구 해설위원인 정민철 등 유명인도 동참한다. 두 곳의 성형외과가 이씨에게 피부재생 수술과 성형수술을 해준다고 약속했다. 현금이 아니더라도 법무법인에선 법률 상담을, 투자회사에선 재테크 상담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나섰다.
디자인 회사인 코앤드의 윤정은 대표는 부안대의 로고를 만들었다. 부안대의 로고는 태극기가 펄럭이는 배경에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윤 대표는 “부안대의 뜻에 공감하기 때문에 부족하나마 재능기부 형식으로 로고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컨설팅 단체인 팀터바인의 이정협 팀장은 “나도 육군에서 복무를 했고 운이 좋아 건강히 사회로 돌아왔다. 이씨 사연이 남 같지 않았다”며 “내가 이씨를 도울 수 있는 일은 작지만, 작은 정성을 모으면 커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이 속한 팀터바인은 부안대의 활동 계획을 짰다.
부안대는 거창한 조직이 아니다.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려고 만든 모임이다. 그러나 이씨를 더 잘 도우려면 부안대의 취지를 세상에 퍼뜨리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다. 이씨를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방법을 알리며 그들을 북돋기 위해서다. 액수와 상관없이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이 이씨에 대한 기부를 릴레이 같이 이어가는 게 당면 과제라고 한다.
박 대표는 “이씨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군인뿐만 아니라 경찰이나 소방관과 같이 나라를 위해 일했는데도 국가가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사회에 알리고 실질적 도움도 주는 게 부안대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