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4월 교육부는 학생부 개선 방안을 '정책 숙려제' 1호 안건으로 정했다. 숙려제는 교육부가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시민 정책 참여단이 정책을 충분히 숙의할 시간을 가진 뒤 권고안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참여단은 학생(중3~고2), 학부모, 교사, 대학 관계자, 일반 국민 등 5개 그룹에서 각 20명씩 무작위로 뽑아 100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교육부는 참여단 선발을 진행 중이다.
참여단은 교육부가 4월 발표한 학생부 개선안 시안을 바탕으로 권고안을 만든다. 사전에 정책에 대해 학습하고 이달 16~17일과 다음 달 7~8일에 두 차례 합숙 워크숍을 통해 최종 권고안을 도출한다. 신미경 교육부 교수학습평가과장은 "교육부 시안이 바탕이 되겠지만 제3의 제안도 가능하다. 교육부는 시민참여단 권고안을 최대한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상 실적, 자율동아리 활동도 삭제
우선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지적된 요소들을 삭제한다. 수상 실적은 교내·외를 불문하고 적지 않으며 자율 동아리 활동, 청소년단체 활동, 방과후학교 활동 등도 빠진다. 소논문 작성 활동의 경우는 정규 교과에서 지도한 경우에만 기재할 수 있다. 각종 자격증이나 인증 취득 등은 학생부에 적더라도 대입 자료로 대학에 제공하지 않는다.
학생부 분량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은 기존에 3000자까지 적을 수 있었지만 1700자로 줄였다. 봉사활동의 경우 아예 적지 않는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도 1000자에서 500자로 줄였다. 교사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교사의 '작문 능력'에 따라 내용과 분량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학생부 개선안, 사교육 완화 vs 하향 평준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앞으로 비교과 활동보다 교과 활동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면에서 교육부 시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구 국장은 "그간 학교마다 수상 실적을 늘리려고 교내 대회를 남발해 또 다른 사교육 유발 요인이 됐다. 자율 동아리나 청소년 단체 활동보다 교과 수업의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수상 경력, 방과후학교 활동, 자율 동아리 항목 등을 삭제한 것은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학생부 글자 수를 줄인 것도 "분량을 대폭 더 줄여야 한다"며 동의했다.
대학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단순화라는 이름으로 학생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들을 전부 삭제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임 사정관은 "시안대로라면 세특이 중요해지는데, 이건 학생 개인의 노력보다 학교 프로그램에 달린 문제"라며 "학교에 따른 격차가 커지면 결국 열악한 지역의 일반고가 더 불리하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는 항목을 무조건 삭제하기 전에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내 대회나 자율 동아리 활동은 학교 수업만으로 채우지 못하는 긍정적인 역할이 있다. 왜곡된 부분을 고치려는 노력 없이 없애려고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