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아사드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한 의도는 무엇인지,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 온 김 위원장이 또다른 독재자인 아사드 대통령을 과연 만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北 매체, “시리아 대통령 방북 의사” 보도
NYT “북·미회담 앞둔 시점 좋지 않은 행보”
조지타운대학 외교대학원 안보연구센터(CSS)의 데이비드 맥스웰 부소장도 “화학무기로 자국민을 학살한 아사드의 방북 가능성을 전한 북한 보도에 어리둥절했다”며 “만약 그것(아사드의 평양 방문)이 북한의 합법성을 높여줄 거라 생각한다면, 북한은 국제 사회와 미국의 생각에 대한 이해를 분명히 결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 역시 “아사드 대통령의 방북은 최근 새롭게 부활한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키거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일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지난달 30일 문정남 시리아 주재 북한 대사가 아사드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하며 “(아사드) 대통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에 의해서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관계의 초석이 마련된 데 대해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사드 대통령은) 앞으로 조선을 방문해서 김정은 각하를 만나 뵈올 결심”이라며 “김정은 각하께서 최후승리를 이룩하시며 조선통일을 반드시 실현하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리아(시리아) 정부는 앞으로도 조선(북한) 지도부의 모든 정책과 조치들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며 조선과의 친선관계를 변함없이 강화·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시리아는 선대 때부터 돈독한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김일성 주석은 아사드 대통령의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를 때 북한의 공군 정예요원들을 보내 도왔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시리아에 각종 무기 제조기술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해 아사드 대통령에게 미국의 폭격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시리아 독립기념 축전을 보내는 등 수차례 서신 교환을 통해 양국의 우의를 확인했다.
양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지 않은 북한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북한이 전략적으로 아사드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을 보도했다고 분석했다.
조나단 D.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북한은 자신들이 이런저런 여러 선택권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술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시리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NYT는 문정남 대사가 아사드 대통령의 발언을 오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방문을 약속한 것인지, 단순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전문가들은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이 아사드의 본심을 담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아사드는 날짜 등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