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수뇌 물갈이 … 문 대통령에 거수경례 박영식도, 회의서 졸던 이명수도 교체

중앙일보

입력 2018.06.04 00:59

수정 2018.06.04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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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철. [연합뉴스]

일본 아사히신문이 3일 북한이 최근 인민무력부장을 박영식에서 노광철(사진)로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보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달 17일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회의를 열어 군 수뇌부의 인사를 단행했는데 노광철이 인민무력부장에 기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5년 5월부터 인민무력부장을 맡은 박영식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군복 차림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노광철은 북한군의 무기 개발과 보급을 담당하는 제2 경제위원장 출신으로 박영식에 비해 온건파로 불린다.  

새 인민무력부장에 온건파 노광철
“정상회담 앞 분위기 일신 의도”

이 관계자는 이어 “인민무력부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도 교체했다는 첩보가 있다”며 “신임 총참모장에 전 참모총장인 이영길이 다시 기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총참모장은 이명수(차수·왕별)가 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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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들은 또 지난달 26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원도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현지지도 때 김수길(평양시 당위원장)을 “총정치국장 육군 대장”이라고 소개해 총정치국장의 교체 사실도 알렸다. 종전 총정치국장은 김정각이었다.
 
북한은 군을 정치 사상적으로 지도하는 총정치국과 작전을 관장하는 총참모부, 정책 수립 및 후방지원을 담당하는 인민무력부로 나눠 운영 중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북한군을 이끌어가는 수뇌부 삼두마차를 모두 교체한 셈이다.
 
군 수뇌부 교체 배경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또 기존의 김정각 총정치국장이나 이명수·박영식 등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황병서 후임으로 지난 1월 총정치국장을 맡은 김정각이 4개월여 만에 교체된 건 이례적이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총정치국은 인민군 속의 당”이라며 “당 우위의 북한에서 인민군의 당 책임자(총정치국장)를 아무에게 맡기지도 않지만 쉽게 내치는 자리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명수는 지난달 20일 당중앙위원회가 열리던 중 방청석에 앉아 조는 장면이 보였고, 이를 조연준 당 검열위원장이 쳐다보는 모습도 나왔다. 2015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 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서 졸다 처형됐다. 그래서 이명수도 같은 운명을 걷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다.
 
일각에선 군 3인방 전원을 교체한 것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