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민군 수뇌부 교체…文에 거수경례 박영식도, 졸다 걸린 이명수도 잘렸다

중앙일보

입력 2018.06.03 15:46

수정 2018.06.0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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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아사히 신문이 3일 북한이 최근 인민무력부장을 박영식에서 노광철로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보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달 17일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회의를 열어 군 수뇌부의 인사를 단행했는데, 노광철이 인민무력부장에 기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5월부터 인민무력부장을 맡은 박영식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군복 차림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거수경례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인민무력부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도 교체했다는 첩보가 있다"며 "신임 총참모장에 누가 임명됐는지에 대해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총참모장은 이명수(차수ㆍ왕별)가 맡고 있었다.  
 

신임 인민무력부장으로 알려진 노광철. 그는 별 하나를 더 달아 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언론들은 중앙군사위 개최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 "무력기관의 책임일꾼을 해임하고, 전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사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26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원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현지지도 때 김수길(평양시 당위원장)을 "총정치국장 육군 대장"이라고 소개해 총정치국장의 교체 사실을 밝혔다. 여기에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의 교체 사실까지 전해진 것이다. 
 
 북한은 군을 정치 사상적으로 지도하는 총정치국과 작전을 관장하는 총참모부, 정책 수립 및 후방지원을 담당하는 인민무력부로 나눠 운영 중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북한군을 이끌어가는 수뇌부 삼두마차를 모두 교체한 셈이다.  


북한 인민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이 김정각에서 김수길 전 평양시 당위원장으로 교체됐다. [연합뉴스]

 군 수뇌부 교체 배경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또 기존의 김정각 총정치국장이나 이명수, 박영식 등이 어디로 이동했는 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황병서 후임으로 지난 1월 총정치국장을 맡은 김정각이 4개월여 만에 교체된 건 이례적이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총정치국은 인민군 속의 당"이라며 "당 우위의 북한에서 인민군의 당 책임자(총정치국장)를 아무에게 맡기지도 않지만, 쉽게 내치는 자리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명수는 지난달 20일 당중앙위원회가 열리던 중 방청석에 앉아 조는 장면이 보였고, 이를 조연준 당 검열위원장이 쳐다보는 모습도 나왔다. 2015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 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서 졸다 처형됐다. 그래서 이명수도 같은 운명을 걷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각에선 군 3인방 전원을 교체한 건 남북, 북ㆍ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에 군단장급 이상 전원을 소집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여기에서 비핵화 및 북ㆍ미관계 개선 이후를 대비한 군사정책 및 전술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기존의 지휘부로는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고, 군을 이끌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북한 언론들은 중앙군사위원회 논의 안건에 대해 "국가방위사업 전반에서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일련의 조직적 대책들이 토의ㆍ결정되었다"고 전했다. 비핵화 등에 대한 군부의 반발을 사전에 막고, 비핵화 이후 전력 보강을 위한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영식에 비해 온건파로 불리고, 북한군의 무기 개발과 보급을 담당하는 제2 경제위원장 출신의 노광철을 인민무력부장에 앉혔기 때문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