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놓고 짓더니 … 부자도시 울산·구미 부동산 ‘마피’ 속출

중앙일보

입력 2018.05.30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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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피’ 등장에도 한쪽에선 대형 택지개발로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최은경 기자]

지난 15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구미 확장단지(245만㎡)에선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새 아파트 입주도 많았다. 단지 곳곳엔 ‘전세자금으로 내집마련+@입주축하금’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보였다. 지난해 11월 준공된 A아파트(890가구) 앞엔 ‘-1000’이라는 게시물이 있었다. 한 중개인은 “입주 축하금은 아파트를 사면 시공사 등이 주는 것이고, -1000은 분양가에서 1000만원을 뺀 매매가”라고 설명했다.
 
이튿날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부동산소개소. 역시 ‘마피’, ‘무피’라 적힌 게시물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한 중개인은  “울산 북구엔 2년 전과 달리 프리미엄(웃돈)이 없거나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되기도 한다”며 “분양된 송정·매곡중산 지구에선 입주 때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미입주 가구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표 공업도시들의 동병상련
지역 산업·경기 침체 예상 못해
아파트 포화인데도 공급 지속

우리나라 대표 공업·수출도시인 울산과 경북 구미가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미입주’ 같은 부동산 ‘소화불량’을 겪고 있다. 아파트 공급 과잉 때문이다. 2016년말 주택보급률(전국평균 102.6%)은 구미가 122%, 울산이 107.3%다.
 

분양가보다 매매가가 3000만원 떨어진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매매 게시물. [최은경 기자]

두 도시에선 아파트가 더 지어지고 있다. 2016년 말까지 9만490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 구미에선 지난해 말 9개 아파트 단지(7783가구)가 더 들어섰다. 지난달 말 구미의 미분양 아파트는 1290가구에 이른다. 여기에 연말까지 5개 아파트 단지(3916가구)가 더 생길 예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난해 9월부터 구미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감독하는 이유다.
 
울산도 비슷하다. 울산은 올해 1만여 가구 입주를 앞두고 있다. 또 올해 분양 예정 아파트가 4200여 가구, 내년입주 물량이 1만 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울산에선 1만518가구 아파트가 지어졌다. 지난 1월 미분양아파트도 1000가구를 넘어섰다. 아파트 매매가는 내림세다. 울산 북구 W아파트(면적 84.88㎡)는 2016년 1월 3억5000만원에서 최근 2억8800만원에 거래됐다. 구미 광평동 A 아파트(82.88㎡)는 지난해 5월 1억9500만원에서 최근 1억7300만원으로, 구평동 B아파트(59.98㎡)는 1억5200만원에서 1억300만원으로 각각 떨어졌다.


두 도시는 심한 경기·산업침체를 겪고 있다. 구미는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가 2010년 이후 하나둘 주요 스마트폰 제조라인을 해외로 옮겼다. LG디스플레이의 생산량도 예전만 못하다. 2003년 국내 전체 수출액의 10.9%를 차지하던 구미 수출액 비율은 지난해 말 4.9%로 반 토막 났다.
 
울산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이 세계 조선 경기 불황으로 최근 3년여 동안 수주 절벽을 겪고 있다. 현대차 역시 중국·미국 시장 판매 감소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5% 급감했다. 새 일자리가 없어 구미 인구는 수년째 41만~42만명을 오르락 내리락 중이며, 울산 인구(3월 118만1310명)는 2015년부터 감소세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울산·구미의 부동산 불황은 산업 침체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정부·지자체가 금융 지원책 강화 등 미분양 물량 등을 어떻게 소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울산=김윤호·최은경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