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상여금과 수당을 제외했다. 이러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 비중이 4명 중 한 명꼴로 가장 높다. 연봉 4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직원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도 생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제도 개선을 논의를 시작한 이유다. 노동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산입범위 조정을 반대했다. 결국 국회가 그 책무를 떠안았다. 무턱대고 ‘졸속’ ‘날치기’라고 비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노동계가 판 갈아엎기에 나선 이유는 딱 하나다. 익명을 원한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대기업 정규직 고소득 근로자의 임금이 덩달아 오른다. 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보폭을 맞춰온 여당조차 “노동계가 너무 양보를 안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노동계는 그간 “주요국과 비교해 최저임금이 낮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OECD 회원국 대부분은 상여금을 산입 범위에 포함한다. 최저임금을 업종·지역·연령별로 달리 적용하는 국가도 많다. 금액을 논할 땐 소득이 높은 국가의 기준을 들이대면서 제도는 구닥다리를 고집하니 앞뒤가 안 맞다.
양 노총의 어깃장에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파행 위기다. 근로자 위원이 모두 사퇴하면 심의가 어려워진다. 자칫하면 내년엔 법정 최저임금이 없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로 인한 직격탄은 저소득층이 맞는다. 그 책임 소재는 심의를 팽개친 노동계로 향할 수밖에 없다. 어려운 사람을 진짜 보듬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장원석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