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일에 둘러본 숲속 예배당은 기도와 묵상을 위한 공간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본전시에서 들판에 지어진 건축물 사진 두장으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포르투칼 건축가 에두아르두 소투 드 모라의 작품이 대표적이었다. 2011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그는 베이지색 라임스톤으로 벽을 세우고 그 돌을 얹어 지붕을 만들었다. 경당 내 십자가마저도 마치 돌에 그어진 금처럼 보일 정도로 모든 것이 자연에 가까웠다.
제16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바티칸 교황청 첫 참가 눈길 끌어
“요즘 성당은 추하다” 10명에 의뢰
자연을 닮은 영혼의 피난처 실험
자유공간 주제 63개 국가관 나와
한국관은 60년대 개발시대 조명
교황청관은 올해 건축전의 주제인 ‘자유 공간(Free Space)’을 가장 잘 구현한 공간으로 각광 받았다. 이는 올해 총감독을 맡은 아일랜드 건축가 이본 파렐과 셀리 맥나마라(그래프톤 건축사무소 공동대표)가 내놓은 문제이기도 했다. 총감독은 “건축이 길거리에 놓인 한 덩어리의 물체가 아니라 생각하고 상상하고 기회가 될 수 있는 자유공간이길 바란다”며 “피난처이자, 영혼을 고양해주는 공간으로써 모든 사람이 건축의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건축에서의 자유공간이 무엇인지를 놓고, 총감독이 큐레이팅한 71명의 건축가가 본전시에 참여했고, 63개국이 국가관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관 내 식물을 설치한 호주관처럼 자연성의 회복을 강조하거나, 국경지대의 건축 프로젝트를 다룬 독일관처럼 정치 이슈를 끌어들이거나, 미래의 농촌을 주제로 한 중국관처럼 공공 프로젝트를 전시하기도 했다.
올해 건축전의 국가관 중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스위스관은 ‘스위스 240: 하우스 투어’라는 주제로 전시장을 다양한 규모의 집 내부로 꾸몄다. 크고 작은 문을 통과하다 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공간의 스케일이 과연 우리 몸에 맞는 것인지 질문하게 된다. 중국 꾸이양시 근교 러우나촌 건축마을 프로젝트로 중국관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 승효상은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이 건축의 공공성에 관한 이야기는 줄곧 해오고 있으나 파편적인 경향이 있다”며 “건축계가 좀 더 연대하고 중지를 모을 수 있는 장으로 건축전이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전시를 위해 프로젝트의 실제 기록을 모아 둔 ‘부재하는 아카이브’와 기공의 프로젝트에 작가들의 상상력을 더한 설치작품 ‘도래하는 아카이브’로 분류했다. 공동큐레이터이자 작가로 참여한 서울대 최춘웅 교수(건축학과)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숱하게 계획을 바꾼 여의도 마스터 플랜을 모형으로 만들어 켜켜이 쌓고, 애초 건축가가 그린 이상대로 여의도가 만들어졌다면 어떻게 됐을지 만화로 그려냈다. 건축가 김성우(N.E.E.D.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주변 재개발로 고층 건물에 둘러싸이게 될 세운상가의 대응전략을 탐구하는 ‘급진적 변화의 도시’를 선보였다. 박정현 공동큐레이터는 “서울 마포석유비축기지처럼 최근 시민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공간들이 1960~70년대 산업 시대의 유산이 많듯이 앞으로 공공공간을 획득하기 위해 ‘스테이트 아방가르드 유령’에 대한 발굴과 재해석이 더욱 필요하다”고 전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1980년 시작된 세계 최고 규모의 건축행사. 모태는 1895년 발족한 베니스 비엔날레(미술전)다. 미술전과 건축전이 격년제로 열린다. 올해 건축전은 11월 25일까지 열린다.
베니스=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