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은 6ㆍ13 지방선거 공식 후보 등록이 시작된 24일에도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를 결정짓지 못했다. 그동안 대외적으로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해온 손학규 당 선대위원장이 이날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만나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당내 갈등이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내 경선 1위인 박종진 후보 역시 “양보할 생각도, 손 위원장을 도울 생각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4시 20분부터 시작된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1시간 30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박주선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는 광주 일정 소화를 이유로 최고위에 불참했다. 먼저 회의장을 나온 유 대표는 “의견이 엇갈려서 아직 결론을 못 냈다”며 “더는 토론이 별 의미가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송파을 무공천 가능성에 대해선 “무공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는데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안철수와 유승민 갈등 격화
유 대표와 손 위원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1시간가량 만났고,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유 대표는 최고위 직전 기자들과 만나 “손 위원장이 ‘오늘 아침 박 대표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전화를 받고 송파을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유 대표가 박 후보를 설득해 사퇴시켜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전략공천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 그 의사는 제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손 위원장께서 그 뜻을 접고 오히려 안 후보 측을 설득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손 위원장은 박 후보를 겨냥해 “(여론조사) 3등 후보는 안된다. 서울시장 선거에 도움이 되는 후보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 대표는 “송파을 하나에 마치 서울시장 선거 승패가 달린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섰다.
손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표와 안 후보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저에게 출마를 요청해서 ‘나를 희생하자’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입장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손 위원장은 “전날 심야 최고위 이후 유 대표가 저를 만나러 온다고 해서, 유 대표와 박 후보의 입장에도 변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만나보니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재로썬 “손 위원장을 전략공천 한다고 해서 이길 거란 보장도 없는데 원칙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는 유 대표 측과 “손 위원장이 출마 결심까지 한 상황에서 어떻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박 후보를 공천하느냐”는 안 후보와 박 대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손 위원장의 오락가락 행보가 당내 갈등을 더 키우는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희ㆍ안효성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