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남부지검은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의 탈세 등 혐의와 관련해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압수수색은 오전 9시30분에 시작됐다. 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석기업·한진 칸 등으로 압수수색이 들어온 상태다. (조 회장의) 형제분들 댁까지 포괄적으로 포함돼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 등 자녀들은 선친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해외 부동산과 예금을 상속 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납부 하지 않은 규모는 500억원대고, 이를 내지 않아 부과될 과태료 등을 포함하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조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받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에 조 회장 측은 “2016년 4월 인지하지 못했던 해외 상속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올 1월 국세청에 상속세 수정 신고를 했다. 일부 완납 신청을 하고 1차 연도분 납입을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뒤늦게 세금을 납부했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 때문에 이번 압수수색은 조양호 일가의 법적 책임 여부를 묻기 위한 중간 단계로 보여진다.
이민특수조사대는 조씨 일가가 10여년 동안 외국인 10~20명을 데려와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과 조 전 부사장의 이촌동 집에서 일을 시켰다고 본다.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비자)·결혼이민자(F-6)만이다. 조사대는 조 전 부사장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이 불법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외국인들을 국내에 입국시키는 데 얼마나 관여했는지 캐물었다.
이미 출입국 당국은 지난 11일 이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 본사 인사전략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마닐라지점이 필리핀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모집한 뒤 외국인들을 국내로 들여보내는 데 관여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에는 대한항공 인사담당 직원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이런 조사 끝에 24일 실질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볼 수 있는 조 전 부사장을 부른 거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아버지의 탈세 혐의로 압수수색이 진행된 날이기도 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