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몰카 포비아’에 빠진 이유는 최근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려서다.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붙잡힌 몰카 피의자는 총 1288명(이달 13일 기준)이었다. 이중 남성 피의자가 1231명이었다. 지난달에는 명지대 학생회관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 촬영을 하던 이모(25)씨가 붙잡혔고, 지난 3월에는 광주의 한 대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소형 카메라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달에는 남성 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에 고려대 등 대학가 남자 화장실 영상이 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에도 ‘이쑤시개랑 비슷한 굵기라 파우치에도 쏙 들어가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등의 찌르개 사용 후기가 올라와 있다. 지난 2월,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송곳이 포함된 ‘몰카 금지 응급 키트’를 판매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목표금액의 600%가 모였다.
이런 방식들에 비해 ‘몰카 탐지기’를 사용한다는 여성이나 후기는 찾기 어려웠다. 가격이 5만~50만원으로 찌르개에 비해 고가이고 부피도 크기 때문이다. 또한 성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모(28·여)씨는 “고가 탐지기라도 100% 몰카를 찾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어서 선뜻 구매할 마음이 생기질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시중에 판매되는 탐지기는 적외선에 반사되는 빛으로 몰카를 탐지하는 방식인데 카메라 렌즈가 작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또 폐쇄회로TV(CCTV)처럼 전파를 통해 영상이 외부로 전송되는 게 아니면 탐지가 어렵기도 하다.
몰카 탐지 애플리케이션(앱)도 많지만 이마저도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다운로드 100만 건이 넘은 한 앱에는 성능 문제를 지적하는 후기가 다수 올라와 있었다. 김모(31·여)씨는 “막상 범인이 잡혀도 ‘물 처벌’ 받는 경우가 많더라. 찌르개는 몰카 피해자가 되는 걸 막는 최소한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